바이오·의료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여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의료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4년 이후 반도체, 화학제품,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2001-2012년 기간 중 IT 분야의 고용률이 9.7% 감소한 반면 BT 분야는 6.4% 증가했다.

의과대학은 이러한 바이오·의료산업의 성장과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과대학은 대학과 병원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의과대학의 핵심 주체인 교수는 대학소속이지만 병원에서 진료도 담당한다. 의과대학은 인재양성 기관으로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고 배출된다. 의대 교수들은 대학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과 교류·협력이 가능하다. 대학병원은 진료, 교육, 연구가 수행되는 의료현장이다. 병원은 이러한 현장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기술개발의 원천이자 개발된 기술의 최종 수요처이다. 의과대학은 대학과 병원, 병원과 기업을 연결할 최적의 중개자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역량과 여건도 우수하다. 의과대학에는 최우수 인력이 집중되어 있다. 매년 대학입학 점수에서 최상위자들만이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한 입시기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국 25개 의과대학의 정시 합격선은 상위 누적 0.05-2.2% 수준이다. 대학병원들의 임상경험도 풍부하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임상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의약품 임상시험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이고, 서울은 세계 1위 도시이다. 암 질환·간이식·미용성형·건강검진 등 일부 영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병원의 의료기기 수준도 세계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거나 도입예정인 병원도 10여 개에 이른다.

바이오·의료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실용화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 신약개발의 경우 최소 10-15년의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되며 글로벌 신약개발에는 평균 1조-2조 원이 필요하다. 정부 규제, 임상시험 등 다양한 제약요인들도 존재한다. 바이오·의료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품의 개발·제조, 임상시험, 인·허가와 유통·판매 등 전 과정을 엄격히 규제한다. 또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면 사업화로 연계하기 쉬운 다른 분야와 달리, 바이오·의료분야는 혁신주체 간의 체계적인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 있는 성과창출이 힘들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혁신 주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의사는 임상 적용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혁신역량과 시간이 부족하다. 과학자·공학자는 잠재기술은 있으나 의료 수요에 대한 정보파악이 어렵고 임상 검증을 위한 제반 여건이 부족하다. 기업은 실용화를 추진할 실행력과 자본은 있으나 원천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병원에 대한 접근도 어렵다. 대학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사업을 통해 R&D 지원 분위기는 조성되었으나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

바이오·의료분야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혁신주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 플랫폼에는 의사, 연구원, 기업과 함께 기술사업화 전문가와 투자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 플랫폼은 혁신 주체들이 연구, 환자치료, 사업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협력하고 그 성과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의 핵심 주체인 의과대학 교수들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에 투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대 교수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아이디어 실현을 함께할 연구자를 연결해 주고,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확보와 근접 지원이 필요하다.

의과대학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의과대학이 바이오·의료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태진 한국연구재단 산학협력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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