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쌀쌀한 이 겨울에

병아리 입술 같은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무 생각,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무는 왜 추운 겨울에 옷을 벗고 오돌오돌 떨고 있을까

봄부터 가을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무거운 잎 무덤을 헐어내고

긴 겨울 강을 건너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을 위해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다가올 봄날에 파릇한 새 옷을 선보이기 위해서일까

순리가 통하는 세상에서야 비로소

나무도 익숙한 버릇에서 벗어나

더 왕성한 푸름의 꽃핌을 위해

유독 겨울에만 시린 세월을 나누어 가지며 무표정의 나무들,

누구도 알지 못하게 쉬임 없는

수많은 뿌리의 물관작용으로 밤을 새워 목마름을 적셔주고

지난날의 아픔을 땅속 깊숙이 묻는 길목에서

우주가 둥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나무의 이정표가 한자리에 머물러 지난여름

시원한 우리들의 그늘을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봄날 나무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고 그 가늘고 빈 손목마다 하늘의 파릇한 점을 찍을 때. 우리는 그저 시간이 되었거니 생각지 말자. 또 겨울이 갔군.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덤덤하게 말하지 말자. 그건 또 나무들 하나의 생이 넘쳐 강물처럼 흘러가기 때문이다. 동백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그 옆에서 벚꽃 살구꽃도 덩달아 꽃망울을 터뜨리면 꽃 필 때가 되어 꽃 피는 거라고. 그래서 저 하늘에도 구름이 흘러가는 게 아니냐고. 우리 그렇게 말하지는 말자. 겨울산은 작은 나뭇가지 하나도 발가벗겨 세우고 찬바람의 종아리를 쳐 더 혹독한 시간을 견디게 했거늘.

돌아보면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일이 다 그건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니.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흘러 강물을 모으고 바다에 이르러 거대한 폭풍우를 낳는다 해도 그건 다 나무 생각의 한 호흡을 간직해 가능한 것이니. 봄꽃들 태풍으로 몰아치듯 터지는 때에. 그 사이에 나무 잎들 구름의 심장을 하나씩 간직해 차오르는 때. 그래도 우리가 지난겨울을 넘어 가을 여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건 바로 나무 생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 그 생각이 다시 나무들의 속마음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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