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외래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인 `질염`은 대개 폐경 전 여성에게서 발생하지만, 산모나 폐경 후의 여성도 간혹 질염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질염에 감염되면 사회생활이나 성관계 시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 임신 중에는 유산이나 조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폐경 후의 여성에게서는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질 점막에 건조함이 생겨 가려움이나 분비물이 생기는 위축성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간단한 치료로 호전되지만 증상이 반복되는 여성이라면 더 면밀한 검사와 면역력을 올리는 생활습관의 변화도 치료에 있어 중요하다. 유지훈 대전미즈여성병원 원장의 도움말로 세균성 질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세균성 질염이란= 정상적인 여성의 질 속에는 유산균이 존재하는데, 이 유산균은 산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질 내부를 산성으로 만들게 된다. 이러한 산성의 환경에서는 다른 균들이 증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은 청결함을 유지하게 된다.

건강한 여성에게서도 세균성 질염을 일으킬 수 있는 혐기성 세균은 정상적인 질 내에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 세균의 약 1% 미만이다. 하지만 세균성 질염에 걸린 경우에는 이 농도가 약 100-1000배 정도 증가해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 원인 및 증상= 정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유산균이 살 수 있는 질 내의 환경이 없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질염이 발생하게 된다. 잦은 성관계, 자궁경부가 헐어서 생기는 과다한 점액분비, 질 깊숙한 곳까지 물로 씻어내는 뒷물을 비롯해 감기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시간이 너무 짧거나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 정신적·육체적으로 피곤한 경우 등 면역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도 한 요인이다. 질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은 한번 없어지고 나면 다시 서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세균성 질염에 걸리면 자주 재발하게 된다.

감염시 질 분비물이 누런색이나 회색을 띠고 생선 냄새가 나며, 특히 생리 전후 또는 성관계 후에 증상이 심해진다. 가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이와 달리 가려움이 너무 심하고 냄새는 심하지 않으면서 하얀색 분비물을 보이는 질염은 곰팡이 감염으로 인한 질염인 경우가 있어 구별을 요한다.

특히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세균성 질염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골반염의 위험도 증가, 유산 후 골반염 증가, 자궁 적출술 등 수술 후 감염 증가,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상 이상 징후 등과 연관이 있다. 임신부에게서는 조기양막파수, 조기진통, 융모양막염, 제왕절개술 후 자궁내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 진단= 질 분비물을 채취해서 검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다. 세균성 질염의 경우 생선 냄새와 같은 비린내가 나는 질 분비물이 있고, 솜 같은 흰색 분비물 대신 노랗거나 회색의 분비물이 질 벽을 전체적으로 덮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 또한 세균성 질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단서 세포(clue cell)가 현미경상에서 관찰되는데, 이는 질 상피세포 표면에 많은 세균이 부착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적 증상들을 확인하여 질염을 진단할 수 있다.

◇ 치료= 세균성 질염의 치료는 항생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이뤄진다. 이때 사용하는 항생제는 질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산균은 죽이지 않으면서, 세균성 질염의 원인균인 혐기성 세균에 대해서만 효과를 나타낸다. 우선적으로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1일 500㎎을 7일간 복용한다. 복용하는 동안과 복용이 끝나고 적어도 하루 동안은 금주를 해야 약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메트로니다졸 젤(metronidazole gel)을 약 5일간 하루 1-2회 질 내에 삽입할 수 도 있다.

두 경우 모두 효과는 비슷하고 약 75-84%의 성공률을 보이는데, 입으로 투여할 경우 위장관계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질 내 삽입하는 젤 형태를 선호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다. 그 외에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이라는 항생제 역시 세균성 질염에 효과가 있다. 세균성 질염은 성에 의해 전파되는 성 매개성 질환이 아니므로 배우자는 치료를 받을 필요 없다.

◇예방= 갑자기 이러한 세균성 질염이 발생한 경우라면 위에서 언급한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발이 잘 되는 경우라면 세균성 질염이 발생하는 원인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 적절한 수면과 식사도 중요하며 너무 잦은 성관계나 냄새가 난다고 질 안쪽까지 씻는 뒷물을 자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균성 질염의 원인으로 유산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산균을 섭취하는 대증요법도 대두되고 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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