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노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아이들이 노는 것을 그 무엇과도 바꾸려 하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모두가 바빠진 오늘날 놀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에게조차 허용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동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마음껏 뛰놀던 정겨운 모습은 언제부터인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놀이터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보기 힘들어지고, 아이들 모습조차 놀이터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스마트폰을 만지며 놀이를 하고, 여가생활을 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며 산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다양한 영상과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전자책(e-book)과 스마트폰 영상들을 보며 빠르게 보이고 변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느림의 미학`을 놓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봄 햇살을 즐기러 어디로 가족 나들이를 함께 가볼까` 이렇게 고민하며 살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어린 영·유아의 성장기에 제일 중요한 것이 놀이이다. 놀이란 `겨울을 지낸 벌이나 새로 태어난 어린 벌들이, 봄날에 떼를 지어 제집 앞에 나와 날아다니는 일`, 즉 즐긴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시간만 되면 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놀면서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역설적인 상황이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짜놓은 스케줄에 맞추어 하루를 보내다 보니 놀 시간이 없고, 어른들은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또 놀 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주 놀고 쉬면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젠 보이는 놀이, 과시하는 놀이가 되어 무슨 보따리를 푸는 것처럼 커다란 계획을 짜며 한번 크게 놀아야 놀았다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

몇 년 전 보육전공 학생들과 이탈리아의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 교육연수로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곳은 어딜 보아도 주변 자연물은 꾸미지 않았는데도, 참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유아들이 놀이 활동 중 놀이터 정원에 나무와 돌과 찰흙으로 빚은 도기들이 `새들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또한 정글 오두막처럼 생긴 공간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자료들을 부탁해 직접 만들어 놓은 애용공간이었다. 정말 놀라웠다. 레지오시 영·유아센터(어린이집 유형) 놀이터 정원에, 이미 졸업한 아이들의 작품이 보존되어 있었다. 거친 나무들, 뻣뻣한 나뭇가지들, 노끈, 철사 망처럼 보이는 부속품들은 어쩌면 `안전불감증`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예전 필자가 성장할 때처럼 자연의 모든 것들이 다 놀잇감이 되고 놀이에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는 것들과 같음을 느꼈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환경은 어떠한가? 우리는 아이들이 다칠까봐 놀이하는 모든 공간에 철저히 안전보호대를 설치하고, 위험한 상황을 철저히 예방한다. 국가지침에 따라 조금만 눈에 띄는 위험물이 있어도 `안전`에서 최하점수를 평가받는다. 그런데 레지오 에밀리아에서는 영아시기부터 교사와 아이들이 수천 번의 설명과 훈련을 통해 `뾰족하고 위험한 것도 교사들과 함께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학습`이라고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의 인식, 놀이 방식과는 매우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보고 많이 놀랐다. 아동학 전공자로서 필자는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학습을 선호한다. 직접 체험하며 경험한 것들은 내 몸을 통해 학습되기 때문에 평생 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다양하게 놀이를 경험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린 시절 즐겁게 놀아본 풍부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인성도 좋고,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며, 사회생활에서도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바쁘게 사는 세상,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해지는 세상, 기계로 편리함을 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림의 행복`, 몸도 마음도 내 것으로 누릴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잘 노는 것이 이를 해결해 주는 길이 된다. "우리 잘 놀고 있나요?"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잘 지켜보며, 우리 스스로에게도 항상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