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원산지(39.2%)와 안전성(34.9%)이다. 가격과 맛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조사에 응한 96.4%의 소비자가 수입 농산물보다 우리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원산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한 의견도 따지고 보면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안전성 중에서도 잔류농약(48.3%)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답했으며 농식품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안전성 검사 강화(46.3%), 생산자 교육 강화(26.5%)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PLS)이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밤, 땅콩, 참깨 등 견과종실류와 바나나 등 열대과일류를 대상으로 PLS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8년 12월부터는 모든 농산물에 적용할 예정이다. PLS란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과 국내 사용등록이 되어 있는 농약 이외에는 0.01ppm의 일률기준으로 관리하는 제도로, 허용물질 이외 물질은 사용이 금지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 작물, 460여 종 농약에 대해 7600여 개의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으나 주요 작물에 편중되어 소면적 재배작물의 설정은 부족하다. 또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의 경우 국제기준 코덱스(Codex)를 적용하기 때문에 수입 농산물에 대해 수출국의 잔류허용기준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호주에서 면화씨를 수입할 때 국내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코덱스기준 40ppm, 호주기준 15ppm인 농약이라면 호주기준이 아니라 코덱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PLS가 시행되면 코덱스, 유사농산물 기준이 삭제되고 0.01ppm 이하 적합기준만 적용하게 된다. 일륜기준 0.01ppm은 거의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잔류농약 안전성조사 부적합률은 1.7% 정도이지만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18년 이후에는 6.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농산물의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사기준 강화에 따른 결과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적극적 홍보와 올바른 시행으로 생산자들의 잘못된 농약사용 관행이 바로잡히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