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은 불통 대통령, 의존적 대통령, 국민과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정치 지도자의 심리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감했다.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심리분석은 대권 주자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향후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게 해주며 예견되는 문제점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치 지도자 심리분석의 실전 활용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IA의 전신인 미국의 전략사무국(OSS)은 심리학자 월터 랑거 박사에게 히틀러의 심리분석을 의뢰했다. 랑거 박사는 히틀러의 책, 연설, 기사 등에 기초해서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 내용은 전후 25년이나 극비문서로 묶여 있었다. 보고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수동적인 어머니가 히틀러의 독특한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고 18세 때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은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국가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집착 성향을 발전시켰다고 분석했다. 랑거 박사는 또 히틀러에게는 귀속 집착과 함께 극단을 오가는 가학 및 피학 심리가 섞여 있으며 이런 유형의 인물이 위기에 몰리면 극적인 자살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는데, 이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한국은 범죄 수사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한 경험조차 매우 짧다. 심리분석의 활용 수준이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선은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성이 높은 반면 국민들이 후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기간은 매우 짧다.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나온 이 책은 공약과 정책, 진영 논리 위주였던 그간의 대통령 후보 판단 기준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저자는 시대적 목표와 내적 동기가 일치하는지 여부가 건강한 정치 지도자 심리의 기본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문재인과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적을 통해 어느 후보가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고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합한 심리를 가졌는지 날카롭게 묻고 분석하고 있다. 이호창 기자

김태형 지음/ 원더박스/ 320쪽/ 1만 5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