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들 손에 늘 들려 있는 악보는 연주자에 비해 유독 두껍다. 연주자들은 해당 악기의 악보를 보고 있다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연주하는 악보를 한눈에 본다. 다양한 빠르기말이나 작곡가의 의도가 적혀 있지만 지휘자의 감정이나 성향에 따라 표현해 내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요리사도 각 재료를 요리의 특색에 맞게 칼질의 방법, 익히는 정도를 다르게 한다. 정적인 사람과 동적인 사람에게 `춤추듯이`는 큰 차이가 있을 것처럼 흔히 말하는 감이나 성향에 따라 음악과 요리는 다양하게 표현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즐겨보는 요리 프로그램 중 연예인의 냉장고 속 재료들로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명의 셰프들이 서로 대결하며 요리를 만들어내는 프로가 있다. 아무리 봐도 김치볶음밥이나 나올 법한 냉장고 속의 변변치 않은 재료들로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메뉴들을 선보인다. 오케스트라에서도 실력 있는 지휘자를 갈망하는 하고 스타 지휘자 모셔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적으로 변화를 꾀할 때 백여 명이 되는 단원들을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않는다. 색깔이 다른 지휘자만 오면 전혀 다른 단원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음악도 변화한다.
주방을 지휘하는 요리사, 오케스트라를 요리하는 지휘자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닮은꼴의 사람들이다. 이은미 대전시립교향악단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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