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밤의해변에서혼자
밤의해변에서혼자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나답게 사는거야. 흔들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살기로 했어."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영희가 내뱉은 대사는 영희를 연기한 배우 김민희의 다짐과 다름없다. 이 영화는 의외의 울림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영화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나의 이야기다.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다. 김민희와의 연인 관계를 인정한 홍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정상적인 아닌 관계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에게 `사랑`은 거짓이 아니라고 외치는 듯하다. 2015년 개봉한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에 이어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가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영화이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홍상수가 김민희를 여우주연상을 받는 배우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밤의 해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낮에 해변가를 걷는 김민희가 나올 뿐이다. 그러나 그 장면에서 김민희는 마치 아무도 없는, 소리마저 숨죽인 밤의 해변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유부남인 감독(문성근)과 사랑하다가 이별한 여배우 영희가 외국 어느 도시와 한국 강릉에 머물면서 지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독일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1부에서 영희는 친분이 있는 언니 지영(서영화)과 독일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의 이곳 저곳을 거닌다. 영희는 그 쪽으로 찾아오겠다는 감독의 연락에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평화로운 가운데 아닌 척 내내 그를 그리워한다. 영희와 지영의 대화를 통해 지난 사랑에 대한 영희의 마음과 새로운 다짐이 밝혀진다.

배경은 한국의 강원도 강릉으로 바뀐다. 바닷가가 있는 강릉에서 시작된 2부에서 영희는 영화 일을 하는 선배들을 만난다. 강릉의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고, 선배 천우(권해효)와 명수(정재영), 준희(송선미)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그들이 떠난 해변가를 거닐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영화를 찍는 조감독 승희(안재홍)를 만나기도 한다. 그는 영희에게 그녀와 이별한 감독이 영화를 찍기 위해 강릉에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영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여전히 계속 감독을 생각한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김민희의 연기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일상적 대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낸다.

1부와 2부의 영희는 다른 모습이다. 아니, 술자리에 여부에 따라 영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술을 마신 영희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대담하다. 진실한 사랑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영희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건 천우이다. 영화 속 천우는 영화 밖 이들도 비난한다.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 하나. 강원도 강릉이나 배우 권해효 등 촬영했던 장소, 출연한 배우가 홍상수 감독이 이전에 제작한 영화와 비슷하다. 이전의 홍 감독 작품과 비교하며 대사의 중의적 의미를 알아채면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층 높일 수 있을 듯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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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해변에서혼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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