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33)씨는 임산부인 아내와 함께 얼마 전 천안 신부동 먹자골목을 방문했다 깜짝 놀랐다.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교복을 입은 채 버젓히 흡연을 하고 있었기 때문. 특히 일부 청소년들은 먹자골목 한 가운데 위치한 신부문화공원에서 무리를 지어 거리낌없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 씨는 임산부인 아내가 간접흡연으로 담배연기를 들이마실까 걱정돼 할 수 없이 길을 돌아가야 했다.

김성영(27·여)씨도 신부동 먹자골목을 떠올리면 눈살부터 찌푸린다. 신부문화공원 뿐만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에서 담배를 태우는 청소년들이 즐비하기 때문.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가다 입구에서 흡연을 하고 있는 학생들 때문에 `밥맛`이 떨어진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천안을 대표하는 신부동 먹자골목이 청소년들의 탈선지로 전락하고 있다. 경찰, 지자체 등의 지속적인 지도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소년들이 신부문화공원 등에서 흡연이 지속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부동 먹자골목은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상가 옆 골목, 식당 앞은 물론 신부문화공원 한복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이 여전하다. 신부문화공원이 `담배공원`이라는 오명이 생긴 이유다.

그러나 지자체, 경찰 등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공원 개선, 금연 캠페인 등을 지속하고 있지만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천안시 동남구 보건소가 지난해 12월 조사한 `금연구역인지 및 흡연감소 환경개선 설문`에서 신부문화공원에 대한 `금연구역인지`를 청소년 90%, 성인 77%가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근 파출소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동남구 신안 파출소에는 청소년 흡연 신고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온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전화다. 신부동 먹자골목은 유동인구가 유난히 많아 파출소 인력만으로는 청소년들의 흡연을 단속하기에 무리다. 출동 후에도 훈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데다 일일이 흡연지도를 할 수 없다는 게 파출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부동 먹자골목의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해선 천안시, 경찰, 교육청 등 유관기관들의 통합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기관 별로 방안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긴밀한 협의를 기반으로 한 근본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부동 먹자골목에서 청소년 흡연이 지속되면서 교육지원청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일선 학교들의 생활지도 강화가 필요하고 지자체에서도 인근 지역 미화활동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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