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약 14억㎦에 달한다. 이는 지구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이 중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이나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 이하인 약 10만㎦로, 지구 전체를 약 23㎝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인구의 13%인 약 9억 명은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할 수 없고 36%인 약 25억 명은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없이 생활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민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2005년 1453㎥였으나 2025년 인구가 5206만 명으로 10.8% 증가한다는 가정하에 가용 수자원량은 1340㎥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용 수자원량이 1700㎥ 이하면 물 스트레스국이다. 우리나라 물 빈곤지수(WPI) 역시 전체 147개국에서 43위 수준이다.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는 20위, 물 이용량 측면에서 보면 세계 106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계속 감소한 반면 수소가스 및 바이오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한 물 이용은 더욱 증가될 전망이어서 물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세계 물시장의 규모는 작년 7139억 달러에서 2020년 8341억 달러로 연평균 약 3.0%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1조 1306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석유가 블랙골드였다면 21세기는 `물이 블랙골드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이 경제재로 인식됨에 따라 반도체나 조선 시장을 능가하는 핵심 산업의 하나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 산업 관련 특허출원이 최근 10년간 1만 5964건으로 연평균 약 2%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물 위기가 환경문제에서 인간의 삶의 질을 포함한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는 방안이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세계은행이 "물 관리에 실패한 국가는 2050년까지 국내총생산이 최대 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물 관리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물 산업의 빠른 성장 속에 우리의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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