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는 영농 다각화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경영체 유형별로 제공하는 맞춤형 지원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들의 안정적 소득 확보를 위해서다. 우리나라 농업소득은 1995년 1047만 원에서 2015년 1126만 원 수준으로 20년 동안 거의 정체되어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조수익이 1억 원 이상인 경영체가 전년보다 12% 가량 증가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농규모가 가구당 1.54㏊ 수준으로 영세하여 평균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못한 것이다.

희망의 실마리는 노동시간에서 찾아야 한다. 전체 농가 중 40%인 논벼농가의 1㏊당 자가노동시간은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1995년 347시간에서 2015년 108시간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논벼농가의 평균 영농규모인 1.26㏊를 경작하는데 필요한 연간 노동시간이 136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124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농가소득을 올리려면 연중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선 벼농사 중심의 1기작에서 2모작이나 3모작으로 작부체계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다. 2모작을 할 경우 벼만 재배하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경기도 안성의 감자-콩 2모작 사례를 보면 벼 단작보다 2.9배의 소득을 거두었다. 경남 밀양 지역에서 감자-벼-시금치의 3모작 농가의 경우, 연간 1459시간이 투입되고 3330만 원의 농업소득을 올렸다. 기후변화로 작물의 생육기간이 단축되고 재배 한계지가 북상하는 상황은 작부체계 변화의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아울러 현재 24% 수준의 낮은 곡물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쌀 과잉생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계절적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설농업 및 축산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소득을 높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을 볼 때, 시설농업을 도입한 토마토 재배농가는 2015년 논벼농가 평균소득 2259만 원보다 훨씬 높은 약 9097만 원의 소득을 거두었고, 축산농가는 약 7213만 원을 기록했다. 초기 자본이 많이 소요되지만 일정한 궤도에만 오른다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표준모델 개발, 전문교육과정 운영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벼, 채소, 과수, 축산을 한 농가에서 함께 하는 복합영농도 활성화해야 한다. 한 가지 작목이나 영농에 국한되지 않고 작목을 다양하게 하는 복합영농은 기후나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요인을 줄이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충남의 한 농업인은 포도 재배에서 시작하여 딸기 등을 병행하는 복합영농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연간 1억여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개별 농가나 지자체 단위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6차 산업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루아침에 소득이 10배, 20배 급증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농가의 변화와 노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농가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다만, 경제활동 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농은 이러한 것들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고령농에게는 직불금, 복지서비스 확충 등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토록 지원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향후 농업정책은 농업인들이 스스로의 노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농업의 계절성을 극복하고 연중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맞춤형 농정`의 초석이 될 것이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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