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주 듣는 단어 중에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있다. 혼밥족이 늘어난 이유로 젊은이들의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을 꼽기도 하고, 혼자 행동하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혼밥, 혼술에 이어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이나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이라는 신조어도 이어지고 있다.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라서 혼자 하기 문화는 앞으로도 확산될 듯하다.

어린아이도 아닌 어른들의 혼자 지내는 모습을 새삼스레 주목하는 현상을 통해 친구나 가족과 삼삼오오 다니는 걸 좋게 보고 혼자 지내는 사람을 외롭게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사정상 혼밥족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무엇을 혼자 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돌아보고 결정하는 일이므로 긍정적이고 씩씩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젊은 사람 위주로 시작된 혼자 하기 문화를 나이 든 세대도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사회 곳곳의 예약 시스템이나 모바일 활용 방법, 공공장소 이용 방식 등이 계속 변하고 있다. 나부터도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사용법을 익히는 게 큰 숙제다. 물론 사회의 변화와 상관없이 느리게 사는 것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동안 사회의 변화에 따르지 않으면 해결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없는 날이 온다. 가령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사는 방법도 있지만 미리 예매를 하고 싶을 때 그것을 혼자 할 수 없으면 결국 주위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자립은 거창한 일을 해낼 때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작은 생활을 혼자 시작함을 뜻하 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들다면 모를까 아직 건강한 데도 주위의 도움을 청할 일이 자꾸 생긴다면 젊은이들의 혼자 놀기 문화를 따라 해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귀찮고 어렵더라도 또 조금 외롭더라도 무언가를 혼자 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게 되고 중년 이후의 자신감과 건강도 잘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혼자서도 잘 해요"라는 말은 유치원 아이에게만 필요한 격려는 아닌 듯싶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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