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이재명은 충청 경선서 뒤집기 시도할 듯

민주당 대선후보를 위한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입증됐다. 문 후보는 이날 당내 첫 경선지이자,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호남권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앞으로의 권역별 경선에서도 대세론을 이어갈 가능성을 높였다.

안희정 후보의 경우 텃밭인 충청권 경선에서 반전의 발판을 만들고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이 몰린 서울·수도권에서 결선투표의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나, 충청에서도 조직력 우위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오는 29일로 예정된 충청권 경선에서 안 후보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이번 경선은 예상 외로 일찍 판가름 날 가능성과 함께 결선투표 없이 후보가 확정될 수 있어 충청권 경선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文, 호남서 의미 있는 승리=문재인 후보는 호남권역 경선 압승으로 사실상 경선 판세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선거인단 비율이 높은데다, 호남이 상징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 후보가 그동안 호남에서 `반문(反文) 정서`에 시달려 왔던 만큼 이번 호남권 경선에서 과반 이상의 압승은 더욱 값진 승리로 분석된다.

또한 그동안 대선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던 호남에서 민심을 얻지 못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문 후보는 호남에서 가장 어려운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아울러 호남 1위 후보는 민주당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때문에 이번에도 남은 세 차례(충청-영남-수도권 등) 순회경선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文, 압승 배경은=문 후보는 호남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2위와의 차이를 벌렸다. 여전히 `반문 정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였던 호남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은 `문재인 대세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조기 대선 전망 속에 확고하게 자리한 `문재인 대세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호남권 대부분의 민주당 지방의원과 지역위원장 조직이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선 것이 호남권 압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탄핵 정국 속에 만들어진 `문재인 대세론`에 이끌려 사실상 지역 정치권의 줄서기도 경선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면서 "선거인단 모집에 경쟁이 붙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남 출신 후보가 없는 상황이어서 상당수 부동표가 `차라리 될 사람 밀어주자`면서 문 후보의 대세론에 휩쓸린 점도 없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문 후보 측의 호남 민심 구애와 부인 김정숙 여사의 바닥 민심 훑기로 인해 지난 4·13 총선에서 정점을 찍었던 `반문(反文) 정서`가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2012년 호남의 좌절과 분노는 절대 호남의 패배가 아니라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다시는 호남에 좌절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은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것이다"면서 호남 인재 등용, 호남의 경제와 일자리 부흥 등의 대선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전은 없나=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 등은 그동안 호남 지역민들이 중요 고비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온 곳이라는 점 때문에 호남 경선에서 사실상 `올인`했다.

이들은 문 후보의 과반 저지를 노렸지만, 호남에서의 조직과 지지세력에서 문 후보에게 크게 밀리면서 결국 `文 대세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선거인단 비율이 높은 호남에서 큰 표 차이로 문 후보의 압승이 이뤄짐에 따라 향후 경선을 통한 반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중론이다.

안희정·이재명 두 후보 측은 향후 경선에서 격차를 줄이면서 선거인단 비율이 가장 높은 수도권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후보의 경우 안방인 충청권 경선에서 본선경쟁력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위한 필승카드 임을 강조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뒤 수도권에서 문 후보와의 격차를 줄여 결선투표에서의 대역전극을 준비할 태세다. 하지만 문 후보가 충청권 경선에서도 대세론의 여세를 몰아간다면 사실상 역전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각 주자들은 충청권 경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서울=송충원, 광주일보=최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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