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지 엿새만이다.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를 결정한 것은 조기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최대한 신속한 수사를 통해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재판에 넘기는 것이 선거 영향을 최소화 하는 길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대선 때까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것은 검찰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어 세 번째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자 헌정사상 불명예스런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범죄혐의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나 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금품을 수수하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구속기소 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가피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도 영장 청구를 결정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새삼 일깨워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 가운데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면 누구도 영장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혐의가 있으면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응당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검찰도 이러한 명제를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는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법원이 결정할 문제다. 이제 검찰이 할 일은 공소를 유지하는 것이다. 구속여부가 유무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의 체면은 말이 아닐뿐더러 수사를 둘러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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