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살인코끼리에게 선제공격의 기회를 주면 안된다. 육상 최대의 덩치를 갖고 있는 그놈은 한 발만 전진하면 10m 가까운 공격 범위를 갖게 된다. 그 긴 코를 쭉 뻗으면 상대는 도망갈 수가 없게 된다.

가르토가 선제공격을 했다. 후춧가루 봉지를 수류탄처럼 코끼리가 덤벼드는 곳으로 던졌다. 표범처럼 후각이 예민한 적과 싸우기 위해 가르토가 만든 그 무기는 이번에도 효력이 있었다. 지독한 냄새를 맡은 코끼리는 부르르 코를 떨면서 발광을 했다. 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쇠사슬이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냈다.

그게 기회였다. 아마도 그 큰 괴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가르토가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그 방아쇠에 연결되어 있는 전등이 켜졌고 그 빛 속에 눈을 부릅뜨고 코를 휘두르고 있는 코끼리의 대가리가 떠올랐다.

총탄이 놈의 급소에 명중되었다. 두 눈 사이에 있는 동전만 한 과녁에 총탄이 정확하게 뚫고 들어갔다.

놈이 우으윽 하고 신음하더니 그 거구가 무릎을 꿇었다.

가르토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연달아 두 발을 놈의 대가리를 겨냥하여 발사했다.

"맞았다. 맞았어. 놈이 죽었다."

등뒤에서 따라오던 조수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옆으로 쓰러진 살인코끼리의 대가리에 뚫린 구멍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고 입과 코에서도 피가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살인코끼리가 죽은 것을 알게 된 합동 숙소에서도 만세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살인코끼리와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그 코끼리의 주인이 경찰서장을 데리고 나타나 가르토에게 항의를 했다. 주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코끼리를 죽였으니 그 몸값을 변상하고 코끼리를 잃은 주인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요구였다. 귀족인 그의 권세에 눌린 경찰서장도 동조를 하고 있었다.

가르토는 그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한편 코끼리 주인에게 코끼리에게 피살된 코끼리 사육사와 그 조수에게 변상을 하고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그 기회에 힌두교가 지배하고 있는 인도의 못된 관습도 깨어버릴 생각이었다.

가르토는 총독부 산림국장에게 자기의 주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인도 총독에게도 직접 그 주장을 제시했다. 그들이 그 주장을 받아주지 않으면 본국인 영국에 가서도 그 요구를 제시하여 싸울 생각이었다.

인도총독부는 사흘 후에 가르토가 제시한 요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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