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홀리는 여우꼬리에서 복사꽃이 피어나고

복사꽃에서 솜사탕이 부풀고 구름이 부풀고

구름살롱에서는 여우가 감쪽같이 꼬리를 감추지

구름신학의 밀교사원은

미의 마력을 추앙하는 제의로 끓어오르지

변신술로 사냥감을 후리는 매혹을 찬양하고

감춰진 꼬리를 향한 설교가 감미롭지

그런데 왜 꼬리뼈가 갑자기 가려울까?

혹시 나도 꼬리 감춘 여우?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꼬리뼈가 수거해 들였던 꼬리가꼬리에꼬리를물고 뻗어나와

문이 닫히지 않지

안이 다시 밖이 될 때

나는 꼬리에 꼬리를 달고 끝없이 의심하지

내 꼬리뼈 안에 들앉은 능청스런 여우원숭이를 의심하지

꼬리 감춘 여우를 좋아하는 당신을 의심하고

이 시의 첫 연 두 행은 경쾌하지, 여우꼬리 복사꽃 솜사탕 구름으로 이어지는 언어가 봄처럼 부풀어 오르지. 시의 성질에 `기표의 우위적 속성`이라는 게 있지. 언어가 갖는 두 성질로 기표와 기의 가운데 시는 기표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것. 그건 시의 언어란 뜻도 중요하나 표현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니. 이렇게 때로는 시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면 시도 한결 정이 가는 법이지. 이 시는 우선 언어의 폭이 넓고 상상력의 범위가 넓지. 이 시는 활달한 상상력과 언어의 운용으로 축조된 언어의 건축. 시는 무엇보다 말놀이라는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

그래서 이 시는 재미있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꼬리를 감춘 여우인 셈. 생각은 생각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로를 질주하지. 고속도로도 훌쩍 뛰어넘어 꼬리 속에서 또 다른 꼬리가 튕겨져 나오고. 꼬리에 다시 꼬리를 달고. 꼬리가 꼬리를 이어 태평양도 건너뛰지. 육대주를 돌아오는데 단 십분도 안 걸리지. 이 시를 다 살펴도 아직 마침표는 찍히지 않은 것. 문장의 꼬리 감춘 마침표를 의심하고, 시를 마무리하려드는 모든 마침표를 의심하는 여우 때문이지. 이제 시인은 그런 여우를 불러내 저 봄 꽃밭에 풀어놓아야 할 때.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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