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이라는 측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남자는 한 번 사정할 때 수억 마리의 정자를 배출한다. 70세까지 건강하게 정자를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1조 개가 넘는다. 하지만 여자는 4주에 고작 하나의 난자만 만들어낸다. 1년으로 치면 13개, 가임 기간을 넉넉하게 40년으로 잡아도 평생 5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양적 차이도 크지만 질적 차이는 더욱 근본적이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 위해 남자는 정자를 배출하기만 하면 되지만 여자는 임신, 출산, 양육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남자는 100일 동안 100명의 여자에게서 100명의 자손을 만들 수 있지만 여자는 오직 한 명만 낳아서 기를 수 있다.

이로 인해 남자는 정자를 배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도록 진화해 왔으며 여자는 소중한 난자를 위해 소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도록 진화해 왔다. 남녀 간 성의식의 차이는 일차적으로 이러한 생리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남자에게 강한 성충동 본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성을 억누르는 본능 또한 진화해 왔다. 여자는 자신의 몸으로 자손을 낳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자손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지만 남자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자손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은 과학이 발전해서 유전자 검사로 정확하게 자신의 자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과거엔 그러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남자는 함부로 성관계를 맺음으로써 불확실한 양육의 책임감을 떠안게 될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진화해 왔다.

남자의 강한 성적 충동과 자신의 자손이 확실한 경우에만 양육하고자 하는 본능은 상충한다. 성적 충동은 성행위를 유도하지만 양육의 부담감은 성행위를 억제한다. 이 두 가지 상충되는 본능을 적절히 해결하는 행태가 성매매이다. 성매매를 통해서 남자는 강한 성충동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양육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난다.

성을 파는 여자들에게 남자들이 지불하는 대가에는 "성행위 해줬으니까 고맙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내 자식 낳았다고 말하거나 양육비를 달라고 하지 말라"는 입막음의 의미가 함께 있다.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성매매 여자를 찾는 것에는 이런 까닭이 있다. 남녀평등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북유럽 국가들조차 매매춘에서 구매자 역할을 하는 것은 대부분 남자인 것도 이런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진화심리학은 성과 관련한 윤리와 사회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진화에서 비롯된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는 무조건 동등해야 한다거나 모든 성 윤리는 오로지 사회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무시하는 비과학적 태도이다.

페미니스트를 비롯한 많은 인문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진화심리학의 이러한 설명방식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과학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근본적 불신 때문이다. 이들은 진화심리학이 생물학적 차이를 빌미로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이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투쟁 본능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월등히 강하도록 진화해 왔다. 살인사건은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남자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으며 그 희생자 역시 여자보다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의 전쟁은 대부분 남자들이 일으켰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강한 투쟁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고 해서 진화심리학이 남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학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90% 이상이 성매매를 합법, 혹은 비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성매매를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해 왔던 기독교 전통의 서구 국가들이다. 이들은 과학적 성과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통해 종교가 강요해온 윤리적 관성으로부터 벗어난 합리적 제도와 법률을 갖출 수 있었다. 성매매에 관한 윤리와 법률은 진화의 과정을 거친 동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채석용 대전대학교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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