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내일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4당 중 가장 이르다. 바른정당의 진짜 고민은 대선 본선 진출자가 가려진 이후부터 시작될 개연성이 높다. 다른 정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 카드가 예고돼 있는 까닭이다. 현재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저울질하는 곳으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꼽힌다. 내친 김에 3당이 단일 후보를 만들어 민주당 최종 후보와 맞붙게 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 단일화론엔 두가지 기류가 대립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선 후보 고지를 향해 한발 앞서 가는 유승민 의원 측은 한국당과 `보수 단일화`를 완성한 뒤 국민의당과 `범보수 단일화` 를 추진하자는 주장인 반면, 유 의원과 경선 라이벌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무성 의원 측은 한국당은 접어놓고 국민의당과의 단일화로 바로 직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두 경선 후보 측이 한국당에 대해 시각과 판단을 달리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며 결국 누가 대선 본선행 티켓을 쥐느냐에 따라 하나의 선택지에 무게중심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그림이 실현될지 여부라 할 것이다. 바른정당에서 나오는 단일화론은 사실상 한수 접고 들어가겠다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당 지지율과 대선 후보 지지율이 정체국면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되면 본선 완주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오히려 많든 적든 표를 갈라먹게 될 것이고 이런 범보수 지지표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이 어디로 갈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바른정당이 대선에 임하는 상황은 `흰고양이가 됐든 검은 고양이가 됐든 쥐만 잡으면 된다(黑猫白猫)`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필요할 수도 있는 일이고 불가불 그런 선택을 한다 해도 최종 판단은 유권자들 몫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창당 때 개혁적 보수 정당 기치를 내걸었던 정당이 왼쪽 오른 쪽 정당들과 협력해 대선 후보 단일화의 길을 궁리해야 하는 처지는 `흡수 당할` 가능성 측면에서 역설로 읽힌다. 또 그들이 힘을 합치자는 협상 요구에 흔쾌히 응할지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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