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인 지난 2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와 둘째 형의 아들이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신호철 기자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인 지난 24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와 둘째 형의 아들이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신호철 기자
"아들이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군인으로 적과 싸우러 갔다고 생각해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산화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75) 씨는 아들에 대한 애끊는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같이 자신을 달랜다.

윤 씨는 이제는 묘비에 새겨진 이름으로만 남은 아들, 민 상사에게 8개월 된 조카를 보여주며 인사시켰다. 아들을 만지듯 묘비를 연신 쓰다듬던 그는 "천안함 사건으로 아들을 보낸 지 7년이 됐지만 느닷없이 생각날 때가 가장 힘들다"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자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는데, 딱한 아들"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2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찾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유가족들은 차가운 땅에 묻혀있는 아들, 남편, 아빠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을 드러냈다. 원치 않는 이별을 했던 당시가 떠오르는 듯 이들은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김경수 상사의 딸인 김다예(15·대전 하기중 3년) 양은 "기념식에서 천안함 사건 경과가 나오는 영상물을 보니 가슴이 콱 막힌 듯 아팠다. 너무 그리운 아버지, 매일같이 보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 살 난 아들과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은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한상기(32) 씨는 "매년 3월이 되면 아버지가 더 그립고 많이 생각난다"며 "손주를 직접 보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고 고개를 떨궜다.

천안함 피격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도 묘비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묵념했다. 당시 천안함 승선 장교였던 정다운 대위는 "46명의 전사자들을 한 번도 잊은 적 없다"면서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처절하고 가차없이 응징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유가족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천안함 용사인 고 문영욱 중사의 사촌형인 문광열 씨는 "4월이면 동생이 더 보고 싶다. 동생의 희생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 임재엽 중사의 아버지 임기수(60) 씨도 "후대들의 안보의식이 더 강화되길 바라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우리 아들·장병들을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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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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