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길게만 느껴지고 추웠던 겨울이 끝났다. 겨우내 잘 입었던 겨울옷이 부담스럽고, 겹쳐 입었던 코트가 불편해지는 3월이다. 우리는 3월만 되면 금방 따뜻한 봄이 온 것처럼 착각을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왔었다. 한껏 얇아진 봄 옷 사이로 파고드는 차가운 봄바람은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겨울보다 더 춥게 만들었다. 따져보니 절기상으로는 경칩과 춘분이 들어있는 아직도 음력 2월이다.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 이라는 의미가 있는 `새`라는 관형사가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3월을 맞아, 학교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만나는 모든 것에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붙인다.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즐거움이 새로운 기분과 각오를 다지게 하는 것 같다. 학교에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지난 겨울동안 놀지 못해 서운했는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뛰어노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하다. 긴 방학동안 멈춰있던 학교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올 3월은 필자에게도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4년간 공모교장을 마치고 이번에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다. 학교를 옮기면 짐을 싸고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새롭고 설렌다. 주변에 쌓아놓았거나, 언젠가 쓰겠다고 모았던 것들도 버리고 정리하니 마음이 개운하다. 지난 4년의 세월을 정리하면서 비우는 즐거움과 채우는 여유를 즐기자는 미니멀 라이프의 홀가분한 맛을 느꼈다.

이번에도 지난 4년 전 첫 학교에 부임하면서 만들었던 명패를 그대로 들고 갔다. 그 명패의 윗 부분에는 `소통과 공감의 교육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라는 학교경영 의지가 새겨져 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소통과 공감의 기반위에서 `함께의 가치`를 소중하게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생각으로 새긴 명패였다. 이번에도 `한 아이를 가르치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생각을 새로 부임하는 학교에서도 실천해 보고자한다. 지난 한해 큰 어려움이 있었던 학교이기에, 모두 함께 노력하는 계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보리라 생각했다. 필자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소통과 공감의 기회가 되고,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학교명 앞에 `새로운 생각, 행복한 교육`이라는 슬로건도 붙여볼 생각이다.

가끔 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자리의 건배를 제의받으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자주 인용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시구에서, 내가 앞부분을 선창하고 뒷부분의 `예쁘다`,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함께 외치면 모두들 좋아했다. 특히 끝 부분의 `너도 그렇다`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을 보면서, 모두에게 희망의 의미를 전해준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았었다. 짧은 문구이지만,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긍정, 그리고 격려의 든든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새 학년도를 맞아 모두가 새롭게 시작하는 3월이기에 우리 모두는 행복하다. 오늘도 아침부터 컴퓨터의 내부 메신저 알람이 쉼 없이 울려댄다. 교사들은 밤늦게 시간 외 근무까지 자청하면서 학년초를 보낸다. 새롭게 생각하다보니 바빠진다는 교사들의 말처럼, 작은 긍정의 변화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얼었던 작은 개울물이 녹으면서 대지를 적시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 마음을 더욱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가 됐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김현수 <대전봉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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