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정국에서 충청권 보수 진영 의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은 대통령 권력을 교체하는 중대 선거임에도, 이렇다 할 활동과 정치적 동선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 비정상 징후에 다름 아니다. 충청권 보수 의원들도 탄핵 사태에 따른 후과와 그로 인한 정치적 입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모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특정 굴레에 얽매어 질풍노도와 같은 대선정국의 국외자로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일 터다.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을 대리하는 데 최소한의 책무와도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현 충청권 정치 지형은 보수·진보진영이 호각세를 형성하고 있다. 작년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14석을 건져 상대적으로 우세를 점한 게 사실이다. 그후 지역 보수 의원들은 한동안 잘나가는 듯 했다. 대선 출마가 확실시 됐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버팀목이 있었으며 아울러 원내사령탑을 접수하는 한편, 지역 연고가 있는 최고위원 2명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런 지역 의원들의 약진 현상은 작년 12월 국회 탄핵안 처리라는 후폭풍으로 인해 허물어지는 혼돈이 연출됐다. 다행히 명맥이 끊어질 정도로 타격을 입는 상황은 피했다 할 수 있다. 청주 출신 4선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기는 바람에 대전 대덕 출신 재선 정용기 의원이 원내 수석대변인직을 맡게 됐고 어제는 대전 중구 출신 이은권 의원이 원내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들이 그런대로 탄핵 사태 이후 대선 정국에서 충청권 보수 진영 의원들 얼굴값을 하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물론 이들을 포함해 원내 보직이나 중요 당직을 맡겨도 손색이 없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다만 개별 의원들 사정과 환경의 제약 때문에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입지와 역할 공간 면에서 부침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지역 보수 의원들이 패배의식 과잉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은 어쨌든 달갑지는 않다. 더구나 대선일이 다가오는 현실에서 지역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면 누가 손해 보는지는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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