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건축물을 만들지만 건축물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우리는 건축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한다. 하나의 건축물을 바라보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빠질 수 있고 앞선 시대의 사람들을 이해 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건축물은 문화이고 예술이며, 삶의 흔적이고 역사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저마다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 있다. 수 백년 역사의 성당과 관공서 건물, 언덕과 강을 따라 지어진 고성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우리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물을 보는데 보낸다. 좋은 건축물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요즘은 신도시를 건설할 때 개별 건축물뿐 아니라 도시 전체를 디자인 한다. 하나의 도시를 계획할 때 도시의 이미지, 건축물, 교통, 교량, 자연지형 등을 모두 고려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는 호주 캔버라는 8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수도이전을 추진해 자연과 문명이 조화로운 인공도시를 만들어 냈다.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복도시 역시 건축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건축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개발이 완료되는 2030년까지 총 64개에 달하는 특화된 공공건축물이 건립될 예정이다.

행복도시의 랜드마크인 정부세종청사는 4-8층 높이에 지붕을 연결해 전체 건물을 잇고 자연의 곡선을 그대로 살렸다. 축구장 11개 면적인 정부세종청사의 옥상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지난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정부세종청사는 대지 55만㎡에 건물 15개 동이 들어서 있으며 다리로 연결된 건물들의 옥상에는 길이 3.6㎞, 면적 7만 9194㎡의 정원이 조성돼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2013년 개관이래 행복도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국립세종도서관의 외관은 폴더 사이로 전송돼 저장되는 데이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국새보관함을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했으며 건국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물론 2033년 제 21대 대통령까지의 모든 국정기록과 통치기록을 모아 보관하게 된다.

금강의 물살을 헤쳐나가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배의 모습을 형상화한 세종시청사, 한글의 창제원리인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조형원리로 적용한 세종아트센터도 행복도시의 가치를 높일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행복도시는 또한 모든 교량을 특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종지역 교량의 백미는 금강의 돛단배를 형상화한 한두리대교로 국내 최초의 비대칭 곡선 주탑 사장교이다. 학나래교는 국내 최초 V자형 주탑 교량으로 세종의 아침을 여는 학의 나래짓을 형상화했다.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아람찬교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U형 고저주탑으로 천연기념물 `매새`가 도약하는 날개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행복도시 4생활권과 정부청사를 연결하는 햇무리교는 국내 최초로 차량중심이 아닌 보행자 중심의 교량으로 설계했다.

행복도시는 특화된 건축물과 금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의 화려한 불빛으로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로도 불린다. 행복도시의 특화된 건축은 공공건축물에서부터 교량, 아파트, 상가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도시가 완성되는 2030년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건축물의 도시 세종’, ‘건축 박물관 세종’은 하드웨어만 가지고는 안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도시라도 이를 알릴 프로그램이 없으면 가치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물도 몇몇 전문가의 감탄과 찬사에 머무르면 의미가 없다.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건축물 하나하나 감동적인 스토리가 부여돼야 한다.

세종시는 탄생 배경부터 의미심장한 도시다. 아직까지 미완성의 도시이고 가꾸어 나가야 할 여백이 더 많은 도시다. 도보투어, 버스투어, 자전거 투어 등 다양한 건축물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른 감이 있지만 여행자 쉼터를 짓고 다양한 여행자 안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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