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경선 후보들에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으로 비전과 정책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 부응하려면 차기 정부를 운영할 만한 리더십은 물론 비전과 정책을 선보임으로써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이점에서 한국당 후보들과 민주당 후보들은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기를 서슴지 않는다. 하나 하나 따지고 들면 논란이 없지 않으나 대표 브랜드가 빈곤한 사람들보다는 어쨌든 효과적인 선거전략인 것은 맞다.

그런 점에서 한국당 후보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뒤늦게 시동을 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이해한다 해도 2회 컷오프를 통해 4명이 추려졌으면 이제는 비장의 콘텐츠를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개별 후보 성향과 색채는 둘째 치더라도 대선에 나설 결심을 한 이상, 나라 상황이 처한 다중의 외교·안보 위기와 민생경제를 비롯해 포스트 탄핵 상황에 걸맞은 나름의 국민통합 처방전 등을 제시해야 하는데 예상 밖으로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비전과 정책은 유권자들에게 선택과 판단을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내가 적임자라고 강변하거나 보수진영에서나 호응을 받기 십상인 언사만으론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3명 지지율 합계 60%가 견고해지는 마당이라면 이를 능가하는 비상 상황은 없다. 어제 부산에서 열린 영남권 합동 연설회만 해도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이 주조를 이루고 그러면서 민주당 유력 후보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되새겨볼 일이다. 그런 전술도 때로는 필요하다. 다만 당밖 경쟁자들을 부정하고 평가절하하더라도 그 반사이익이 기대만큼 환원되지는 않는다는 게 정치판이 주는 경험칙이다.

한국당 후보들도 유권자들에게 먹힐 수 있는 선명한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대선판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여길 때가 아니며, 차기 정부 책임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믿음을 증명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다름 아니다. 잘 다듬어진 정책 한방이면 그 후보의 승률은 높아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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