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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핵무장론을 경계한다

2017-03-22기사 편집 2017-03-22 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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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성공 등으로 위협이 가중되면서 대선국면에 이를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TV토론에 나섰던 6명의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 김진태 의원, 원유철 의원 등 3명은 우리나라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를, 남경필 경기지사는 핵무장 준비론을 설파하고 있다. 한국당 2차 컷오프를 통과한 4명 가운데는 핵무장론자인 홍 지사와 김 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이유가 전혀 타당성이 없거나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이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한 북핵 억지력이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위협만 커지기에 이제는 자위권 차원에서라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언제까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핵자주권' 확보 주장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적 역학관계 등을 감안할 때, 우리가 핵무기를 직접 개발하는 핵무장론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우리는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있다. 이 조약은 핵 비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북한도 이 조약에 가입했으나 지난 2003년 탈퇴해 핵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 역시 핵개발에 나서는 순간 북한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에 직면하게 된다. 아직까지 북한을 비난하고 견제했던 우리가 북한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인데 가능한 일이지 의문이다. 설령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하더라도 실익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미동맹은 휴지조각이 되고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유엔안보리의 대남제재 여파로 수출입 교역위주의 우리 경제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핵무장이 그 자체로 북핵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일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당장 일본의 긴장을 불러온다.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아베 정권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핵무장이란 빌미가 더해지면 일본의 다음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다.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대응은 다시 북한이나 대만 등을 자극하고 그 파장은 중국으로 넘어간다. 핵 도미노의 물결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를 휩쓸고 순식간에 화약고로 변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를 들여오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가져와 한반도에 배치했을 때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땅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외에 더 이상은 없다고 말한다. 1991년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속됐던 전술핵을 완전히 철수한 미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배치설을 흘리고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핵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 안정과 국제평화에 절대적이다. 북핵의 위협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미국의 전략자산을 활용해 대응하는 것이 이익이다. 지금처럼 전략·전술핵을 보유하고 태평양에 배치된 핵잠수함 등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핵무장을 하자거나 전술핵을 배치하자는 주장은 속셈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각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거쳐 본선에 가면 핵무장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것은 뻔하다. 누군가는 대선국면에 안보를 통해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략적 접근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북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대선에서 '재미' 좀 보자는 것이라면, 이거야 말로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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