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① 다가오는 일몰제, 기로에 선 도시공원

월평공원
월평공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환경단체는 공원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고 민간개발업자의 배를 불리는 사업이라 비판하고 지자체들은 지금 머뭇거리다 개발 시기를 놓친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다며 설득하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각차는 일몰제 적용 이후 펼쳐질 미래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에서 나온다. 지자체의 우려대로 난개발로 공원이 파헤쳐질까 환경단체의 희망대로 여전히 시민들의 쉼터로 남아있을까. 최선의 길을 가야 한다는 쪽과 최악의 길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 등장한 배경과 대전시의 현실을 짚어보고 무엇이 정말 시민들을 위한 선택일지 대안을 모색해 본다.

△"쓰지도 않을 땅 묶어놓지 말라" 헌재의 판결 =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의 시작은 1999년 10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법재판소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시공원 등)의 행위 제한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 1일까지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공원부지 지정이 해제되게 됐다. 전국적으로 약 600㎢ 규모로 서울 전체 면적에 육박한다.

토지소유주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더미 속 녹음에서 팍팍한 도시생활을 달래던 시민들에게는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늘 오르던 등산로에 `사유지 출입금지`푯말이 생길 수도 있고 난개발과 부동산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유지하면 좋겠지만 재원이 문제다. 전국적으로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정부는 손을 놓은 상태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손 쓸 방법이 없다. 대전시의 경우,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하려면 한 해 예산의 절반 수준인 2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추산된다.

이 때 대안으로 나온 게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다. 공원녹지법은 2009년 `도시공원 부지에서의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하면서 기부채납 방식의 민간이 미집행공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년이 흘러도 공원을 개발하겠다는 민간업체가 나서지 않았다. 수익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기부채납비율은 80%였다. 20%만을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는 전체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 공원 최소 비율을 70%로 낮추게 된 배경이다

30%를 주거지역·상업지역 등 비공원시설로 개발할 수 있게 되자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속속 나타났고 전국 지자체마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 이슈로 부각됐다

△장기미집행 공원 내 사유지 770만㎡= 2016년 말 기준으로 대전시에는 602곳 2477만4000㎡가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미집행 도시공원은 35곳 1484만5000㎡로 이중 9곳 115만5000㎡는 개발제한구역, 경관법, 문화재법 등에 규제되거나, 부지가 협소하고 도로·고속철도에 의한 단절로 접근성이 낮아 해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나머지 26곳 1369만㎡ 중 공원지정이 10년 미만인 3곳(16만7000㎡)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중단기적으로 일몰제 적용을 받게될 23곳(1352만3000㎡)이 문제다. 시는 국·시비 등 5205억 원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해 편의시설지, 배후녹지, 진입로 예정지 등 우선순위를 정해 재정을 집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집행 도시공원 전체 사유토지를 실보상가로 매수하려면 약 2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용전, 월평, 가양비래, 사정, 대사, 호동, 행평, 도안, 매봉, 목상, 세천, 복수 등 근린공원 12곳과 문화공원, 복용체육공원 등 장기미집행공원 14곳 내 사유지는 모두 770만㎡에 이른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매입비만 6429억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는 4개 공원 5곳(월평공원-갈마·정림지구, 매봉·용전·문화공원)를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제안받아 환경·재해·교통·경관·문화재에 대한 영향성 검토 등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복수·목상·행평·사정근린공원 등도 민간특례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민간특례 예정지, 공원훼손 이미 진행 중 =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 추진되는 도시공원에는 상당 부분을 사유지가 차지하고 있다. 자재창고, 주거용 주택, 공장 등 불법건축물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과수원, 텃밭으로 활용되기도 해 폐농자재, 비닐 등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곳도 많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정원, 동산이란 공원(公園)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1965년 공원으로 지정된 월평공원 역시 군데군데 농가주택과 무허가 건축물들이 눈에 띈다. 총 면적은 399만5000㎡로 이중 사유지가 78.9%다. 약 336개 건물이 들어서 있고 195명이 거주 중이다. 800여개 묘지가 공원 부지를 차지하고 있다. 경작지 주변은 나무가 없이 휑 해 공원이라 부르기도 어색하다.

같은 해 지정된 용전공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19만2000㎡ 면적에 사유지가 85.7%다. 농사를 짓는 이도 많고 식당을 운영하는 이도 있다. 18만9000㎡ 규모의 문화공원은 사유지 58.1%에 집단마을과 사찰이 들어서 있다. 곳곳에 쓰레기 투기도 만연하다.

비교적 최근인 1985년 공원으로 지정된 매봉공원은 사유지 비율이 98.7%에 이른다. 공원 지정이 해제되면 가장 난개발 우려가 높은 셈이다. 공원 부지지만 경작지가 많고 그물망으로 펜스를 친 곳도 있어 통행이 어려울 지경이다.

2020년 7월1일 공원 지정 일몰제가 다가오기 전에라도 어떤 식으로든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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