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월이 지나 장애인당사자의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장애인당사자가 요구했던 장애등급 체계를 장애인당사자들이 폐지할 것을 요구하게 됐다. 즉, 장애인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장애인이 처한 생활환경, 장애유형, 사회참여 욕구 등에 따라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장애등급체계는 등급이 같으면 가지고 있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같다는 것을 전제로 동일한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장애등급체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적 요구가 대통령 선거란 정치적 변수를 만나 탄력을 받게 돼 지난 18대 대선에서 이와 같은 장애등급폐지를 대부분 대선주자들이 대선공약에 반영했고, 현 정권은 이를 장애등급 폐지가 아닌 장애등급 개편으로 수정해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 현재 6등급인 장애등급체계가 중증과 경증, 2등급으로 개편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장애등급개편이란 근본적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난 15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개편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등급개편을 실시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다. 장애인이 직면한 생활환경, 가지고 있는 서비스 욕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맞춤형 지원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인력과 지원시스템이다. 즉, 장애인 한명 한명에게 찾아가 그들의 욕구와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자원을 성의 있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역량 있는 전문 인력과 장애인대상자 발굴, 조사, 계획수립, 서비스 연계, 사후관리 등 일련의 과정들이 체계적·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장애등급개편이 보건복지부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고, 지방정부는 대부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등급개편 시범사업은 각 지방정부가 지니고 있는 장애인 현황, 정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대전시가 이와 같은 장애등급개편이란 새로운 정책적 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대전시가 자체사업으로 진행했던 장애인복지사업 중 장애등급에 의해 제공했던 사업에 대한 정비를 시작으로 보건복지부 중심의 장애등급개편 사업에 대전시만의 강점과 특징을 덧입힌 `대전형 장애등급개편 사업`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대전시가 전국에서 모범적인 장애친화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보건복지부 주도의 장애등급개편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전시가 지니고 있는 강점과 자원, 대전시가 처한 정책 환경, 장애인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전형 장애등급개편 사업`을 추진 및 시행하기를 기대한다. 김동기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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