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합창단 '마태수난곡'

지난 14일 대전예술의전당과 1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대전시립합창단 마태수난곡 공연은 단순히 바흐 음악을 연주한 것이 아닌, 바로크 음악을 온전히 원전연주할 수 있는 고음악연주단체로서의 대전시립합창단의 위상을 새롭게 확립시킨 매우 중요한 연주로 기록될 것이다.

마태복음 26-27장에 기초해 작곡된 오라토리오인 마태수난곡은 무대장치와 화려한 의상, 동작은 들어가지 않지만 기본적인 음악적 틀은 아리아, 레치타티보, 중창, 합창, 기악앙상블로 오페라와 동일하다. 오라토리오에만 존재하는 복음사가를 비롯해 주요 인물을 맡은 성악가들이 배역을 노래로 부른다. 따라서 오라토리오는 주연뿐 아니라 비중이 작은 노래와 악기 하나 하나가 조연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예컨대 합창의 역할은 군중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전체 내용을 보충하는 코멘트 역할을 하며 수난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되새긴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앙상블과 함께 대전시립합창단을 시종일관 안정적으로 이끌며 작품 속에 내재된 가사의 의미에 깊게 다가간 빈프리트 톨 지휘자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선 탁월한 바로크 음악 해석으로 깊은 감동을 주었다. 특히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음색과 감정적으로 늘어지지 않는 합창의 음악적 표현력은 고음악연주의 대가인 필립 헤레베헤의 마태수난곡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반면 마태수난곡의 주인공인 일부 성악가들의 음악적 완성도는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복음사가 박승희는 마태수난곡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주역을 충실히 잘해냈다. 카운터테너 조요한은 다소 불완전한 요소가 있었지만 존재감이 있었고 테너 김세일의 가사 표현력과 정확함은 단역이어도 강렬했다. 하지만 비중 있었던 예수 역의 정록기와 베이스 박승혁, 소프라노 석현수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한편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은 음향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간배치의 중요성과 연극적 요소를 갖고 있는 오라토리오 특성상 대전 공연도 결코 서울 공연에 뒤지지 않았다. 마태수난곡의 울림은 합창, 기악, 성악의 세 축이 밀접하게 결합돼 나오는데, 전체적인 음악적 균형감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오히려 안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전연주를 통해 재현된 마태수난곡은 이제 대전시립합창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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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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