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복 초대전

봄, 53.0X45.5cm, Oil on canvas 정영복작
봄, 53.0X45.5cm, Oil on canvas 정영복작
팔십 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지역 화단의 원로 화백 정영복 초대전(展)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정 화백의 그간의 화업을 회고하고 정리해보는 전시로 다음 달 27일부터 5월 3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잠언의 붓`이라는 주제전을 가진 이래 1년 만에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초·중·기작(作)을 망라해 그간 화가로서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고 반추해보는 성격의 전시로 구성된다.

정 화백는 마치 구도자처럼 화가의 시간을 메워오며 행한 수없이 많은 붓질, 그로 인해 구축된 풍경 그림에서 삶의 깊은 체취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움과 소박미를 안고 있는 건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대해왔는지 알 수 있을 터다.

정 화백은 서정적인 풍경화가로 불린다. 1959년 청양문화원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조용히 작품을 해온 작가이다. 길모퉁이나 동네어귀, 만발한 복사꽃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 바닷가 등을 소재로 우리의 일상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끌어내듯 소박한 풍경을 담아왔다.

정 화백의 작품은 붓의 놀림이 아니라 색채의 순박한 향연이다. 때로는 시각적 표현이 후각적 감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그림을 냄새로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붓은 부드러운 날이 섰으며 그림에는 무르녹은 향기가 맡아진다.

주제 중 하나인 풍경의 사전적 의미는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나 세상의 모습`이다. 자연을 담는 그림의 첫 번째는 풍경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것 또한 풍경이다.

이순구 화가는 "서양에 풍경의 대가 밀레가 있다면 동양의 한국, 그리고 대전에서 풍경에 매료된 화가로 정영복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화가는 "정영복의 그림에서는 우선 유화의 재질적인 냄새보다 부드러움으로 맡아지는 독특한 향기가 있다. 화면의 필치들은 경쾌하게 살아있으며 야외에서 스케치해 그 기운을 담는 속도에 따른 시간성이 화면에 있음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전형적인 풍경들을 담아내지만 구성력과 물감의 재질을 통한 단단한 화면을 이루고 있다. `눈 내린 동학사`의 여러 풍경들과 봄이 되는 길목의 산세를 통해 겨울나무나 고즈넉한 누각, 그리고 눈 덮인 바위와 절벽을 통해 튼튼한 짜임새의 구조를 하고 있다.

작업 초반기 이후에는 이러한 구조적 화면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풍경의 대상이 농어촌의 한 자락, 과수원이 보이는 전경 등으로 옮겨가며 더욱 소박한 시선을 갖게 된다. 이러한 시선은 미술 화법의 기본적인 구조를 넘어 인간 삶의 순수함으로 다가가는 시기이다. 작업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일관된 선비의 정신과 상통하는 일면으로 느껴진다.

정영복의 1980-1990년대 작품에서 나무나 산, 초가집이나 짚더미 등의 구성에서 붓 터치들은 언뜻 개별적으로 보이는 듯하다. 물감과 물감, 터치와 터치 사이 질펀한 인간미와 같이 서로 엉겨 끈끈한 개체들을 이룬다. 2000년대부터 근작에 이르는 작품에는 평범한 주변풍경에 사람이 가끔 등장한다. 길모퉁이나 동네어귀, 만발한 복사꽃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 등 그들은 한가롭고 평화롭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은 붓의 놀림이 아니라 색채의 순박한 향연이다. 때로는 시각적 표현이 후각적 감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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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리 언덕, 45.5X37.9cm, Oil on canvas, 1970 정영복작
풍경리 언덕, 45.5X37.9cm, Oil on canvas, 1970 정영복작
유등천, 11.5X17.5cm, 종이에 펜, 1980 정영복 작
유등천, 11.5X17.5cm, 종이에 펜, 1980 정영복 작
아침, 45.5X37.9cm,Oil on canvas 정영복작
아침, 45.5X37.9cm,Oil on canvas 정영복작
정영복 작가 인물사진
정영복 작가 인물사진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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