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인식이 당연시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나 `레미제라블`을 보면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나 프랑스 혁명 당시 많은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린 채 장시간 중노동 현장에 내몰렸던 장면을 볼 수 있다. 지금보다 빈민계층이 많던 때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희박했기 때문이다. 근대사회로 발전하면서 어른들은 비로소 아동 인권에 주목하였다.

청소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는데 당시 조선의 중·고등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앞장 선 집단이었기에 일본 경찰에게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었다. 청소년이라는 단어에는 관리해야 할 위험한 존재라는 색깔이 덧입혀졌고, 청소년의 순수함과 저돌성을 긍정적으로 보듬기보다 부정적 특징으로 고착시키면서 20세기 내내 청소년을 위험하고 미성숙한 계층으로 분류하였다. 노인들의 경우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유교사상이 약화되면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양상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경제적, 정치적 상황 못지않게 한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인권은 장애인, 이민자, 성적 소수자, 동물에게까지 시선이 확장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최근 어린이 학대 사건과 독거노인들이 방치되는 사례, 그리고 특히 취업 현장에 나간 청소년들에게 각종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 또한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법률이나 제도로 단단히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과 노인 보호법, 장애인 보호법, 청소년의 근로기준법 등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 보완과 감시가 절실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이제 한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려면 마을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는 길이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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