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는 말은 무엇인가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몰입돼 벗어나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니코틴 중독, 알콜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등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담는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중독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생존의 기초인 의식주에 있어서도 탄수화물 중독, 쇼핑 중독, 운동 중독, 섹스 중독까지 있으니 말이다. 또 사오십대 가장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 중독도 있다. 이렇듯 사람의 의식에 작용해 중독이라는 상태까지 만들어 내는 대상은 무궁무진하고 제한이 없는 듯하다. 필자도 여러 가지에 중독돼 살고 있다. 니코틴, 알콜, 일이 대표적으로 필자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벗어나기 힘든 중독물들이다. 때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요하고 때로는 위안을 주고 때로는 삶의 의미까지 부여한다고 중독 상태를 정당화하지만, 내심으로는 술과 담배를 몰랐던 청년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배낭여행을 꿈꾸며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은, 언제라도 자신이 맘만 먹으면 중독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관성적으로 중독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독한 마음을 먹고 중독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기도 하다.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현직에 있으면서도 농구와 햄버거를 즐기는 소탈한 면모를 보였지만 대통령직을 물러난 뒤에도 자연인으로서 지극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뉴스에서 전한다. 권력이라는 것도 술처럼 취하고 중독이 되는 것인데 막중했던 임무를 벗어버리고 시민의 자리로 돌아와 가벼운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한국인의 독특한 성향을 반영한 면일 수 있다. 왕정시대를 끝낸 지 이제 겨우 백 여년이 지난 한국인들에게 있어 `대통령`은 권위와 출세의 최고봉이고 가문의 영광이며 하늘이 낸 자리이고 거의 현대판 임금님과도 같은 인식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박근혜에 대한 탄핵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고 헌법과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최고법인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역할과 의무를 `공무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명확하게 확인하면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시킬 수 있음을 역사의 법정에서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국민들도 대통령에 대해 인식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시대에는 대통령은 임기를 가진 국정책임자이자 공무원일 뿐이고,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이고 헌법을 만든 국민일반인 것이다.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이 공무원시험의 최종 면접관의 자세로 후보자의 가치관, 정책, 품성, 능력을 세밀히 살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봄이 왔다. 서울의 봄이라고 명명된 `봄`이 몇 번 있었고, 민주주의는 그 때마다 다시 짓밟히고를 반복하며 겨울을 이겨내는 보리순처럼 다시 봄을 만들어내고 발전해 왔다.

필자는 이 봄이 더 따듯해지기를 기원한다. 종교나 문화도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고양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치가 발전하면 그 어떤 분야보다 더욱 강력하게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존경할 수 있는 정치인과 리더십, 삶의 방식은 대중적으로 파급력이 커서 국민개개인의 삶을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결국 정치적 민주주의와 개인의 생활 민주주의가 동시에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그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 더욱 단단한 국가와 국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이다.

권력에 취하지 않을 대통령, 그리고 권력을 통제하는 민주 헌법체계, 그 헌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민주시민들의 매서운 눈,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이 봄에 우리는 또 권위주의의 폐습과 중독을 끊는 금단증상에 서있다. 신상훈 법무법인 명경 대표 변호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