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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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출마가 유엔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 전 총장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백소회(총무 임덕규 월간 디플로머시 회장)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자신의 대권 도전 포기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백소회는 충청권명사모임으로 매월 한 차례 정기조찬 모임을 갖고 있으며 이날 대선주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신경식 헌정회장, 곽정현 전 충청향우회 중앙회 총재 등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국가가 다중적 위기 상황 속이었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실천했던 화해, 통합 등을 바탕으로 정치 문화를 고쳐 경제와 안보, 사회 분야까지 발전을 이루고 싶었다. 저는 다를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달랐다고 반 전 총장은 토로했다.

그는 "인물이나 정책, 비전을 보지 않은 채 (대선 주자간) 헐뜯고 뒷조사하고, 이전투구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며 "이 문제가 유엔으로 비화하기 시작했다. 유엔의 많은 사람들이 대변인에게 공식 질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돌아봤다.

특히 "유엔 내 한국인 직원끼리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깜짝 놀랐다"고 언급하면서 "아, 중간에 빨리 접어야겠다"고 털어났다.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하며 10년 동안 쌓아온 권위와 업적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한국의 후진적 정치문화가 세계 무대로까지 나쁜 여파를 미칠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또 대선 주자에 대한 지지를 놓고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까지 한국인들이 충돌하는 데 비애감을 느낀 것으로도 들린다.

반 전 총장은 방북과 관련, "최소한 3차례 방문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혔었다"고 밝힌 뒤 계속 관심을 갖고 싶다.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전 총장은 약 28분 동안 인사말을 하며 여러 차례 언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모임에 많은 언론이 찾았지만 초반부만 공개했고, 반 전 총장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모두 경청한 뒤 행사 마지막 순서가 돼서야 인사말을 했다.

그는 "(언론에서) 제가 하버드대 종신교수로 간다고 보도했는 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3개월 간 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 "언론인들은 듣고 싶은 얘기와 다른 말을 하면 보도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언론 풍토에 진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국제사회의 눈은 한국의 머리 끝을 향하고 있는 데 우리는 국제사회의 허리를 보고 있다"는 말도 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대외 기여도를 높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다.

반 전 총장은 "7월 초 돌아오면 다시 뵙겠다"며 "국가와 세계 장래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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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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