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 상황에 맞는 아주 적절한 음악이나 효과음이 이야기의 전개나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너무 절묘해서 공감할 때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으로 반전을 줄 때도 있다. 그래서 작품이 음악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되기도 하고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보다 음악이 더 유명한 경우도 있다.

또 때와 장소에 맞는 음악은 분위기를 상승시켜주기도 한다.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클래식이나 잔잔한 경음악이 흐르고, 클럽이나 휴가철 바닷가에서는 댄스음악이 제격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손님이 많을 경우 빠른 속도의 음악을 틀어 회전율을 높게 하기도, 커피전문점은 날씨에 따라 선곡을 달리한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인의 커피전문점은 매장음악을 관리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기도 하다. 그 만큼 흘러 지나가는 음악이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음악 중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곡이지만 이미 알고 있고, 알고 있지만 어떤 곡인지 모르는 음악도 많다. 대부분 배경음악으로 접하다 보니 음악의 정보보다는 상황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클래식이 음악이 시그널로 사용되어 유명해진 곡들이 많다.

곡에 대한 설명보다 우리에게 장학퀴즈라는 프로그램명이 더 전달력 있는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주말저녁 전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토요명화 시그널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그 외에도 경쾌하고 박력 넘치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만국기가 휘날리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영화 죠스의 한 장면과 체육대회 응원가 구호로도 알고 있던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도 교향곡임에도 친근하게 사용된 곡이다.

연말 프로그램으로 생각했던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어떤 미션을 성공했을 때 단골음악으로 사용된다. 뭔가 황당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띠로리~`라는 말이 유행어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라는 곡의 도입부이다. 생각보다 클래식음악이 우리와 가까이에 있을 알 수 있다.

가끔은 현실에서도 나를 따라다니며 내기분에 맞는 음악을 연주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굳이 누군가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상황이나 기분을 음악으로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은미 대전시립교향악단 기획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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