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어제 임시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선거일 공고와 함께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참여를 바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잘 알지만 국가 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범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혔던 그로서는 쉽지 않은 판단이었겠지만 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그의 불출마가 박근혜 정부의 2인자로 오늘날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의 소산인지, 국정 관리자로서 출마를 하면 안 된다는 비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정치구도에서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데 있어 황 권한대행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일 공고와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대선일정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정국은 급속하게 대선국면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이제 두 달 가량 황 권한대행의 책무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게 됐다. 당장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보복 등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편 민생을 챙기는 일부터 탄핵 소추와 헌재 판결 과정에서 갈가리 찢긴 민심까지 돌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일과 공정하고 엄정한 대선 관리다. 안 그래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분위기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흔들린다면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는 또한 범보수 진영의 후보로 거론됐던 만큼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어떠한 오해 받을 만한 일을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 치러짐에 따라 다음날 새벽이면 당선자가 결정되고 당선자는 바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직 인수위가 꾸려져 두 달 남짓 정부 인수활동을 벌이지만 이번 대선은 대통령 궐위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그런 절차가 생략된다. 누가 됐든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 측은 예비내각을 구성해 정권 인수 준비를 하겠지만 현 정부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황 대행은 바로 이런 부분에 유념해 새정부 출범을 위한 지원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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