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총독부 안에 설치된 해수대책본부는 가르토를 전날 밤 식인표범이 습격한 개척마을로 안내해주었다. 쉰 채쯤 되는 움막집들이 있는 마을이었는데 전날 밤 식인표범이 열 여덟 살 되는 소녀를 물고 갔다는 말이었다.

그 마을에도 화장실이 따로 없었고 집 가까이에 있는 숲속에 거적으로 가리개만을 만들어놓은 배변소가 있었다. 소녀는 거기서 불과 20m쯤 떨어져 있는 집에 살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혼자 화장실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그래도 집사람들은 소녀가 변을 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상황으로 봐서 소녀는 월경을 처리하려고 혼자 그리로 간 것 같았는데 표범은 소리 없이 소녀를 덮쳤다. 표범은 대뜸 소녀의 목덜미를 물어 동맥과 신경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소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잔인하고 악랄한 살육자였다.

표범은 소녀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목줄부터 끊어 놓고 그 다음에 머리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피와 내장을 모두 뽑아내고 그 자리에서 허벅지 일부를 먹어치우고 나머지를 물고 사라져버렸다.

현장에는 소녀의 머리와 내장만이 남아있었는데 소녀는 자기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듯이 눈을 멍하니 떠 있었다.

"나쁜놈 같으니….`"

가르토는 그 식인표범은 꼭 잡기로 결심하고 해수대척본부에서 붙여준 안내인과 함께 표범의 발자국을 추적했다.

표범은 늙은 수컷이었으며 소녀의 시체를 힘들이지 않고 끌고 가고 있었다.

표범은 시체를 삼림 안으로 끌고 갔는데 삼림 안에서 그 발자국이 없어져버렸다. 나무 위로 올라간 것이었다. 시체는 나무 밑에 내버려 두고 나뭇가지와 풀로 덮어 두고 있었다.

표범이 그 시체를 뜯어먹으려고 올 것 같아서 가르토는 그 인근에 보마(잠복소)를 만들고 기다렸으나 표범은 이틀이 지나도 나타나지않았다.

표범은 거기에는 나타나지 않고 거기서 5㎞쯤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개척마을에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서 또 서른 살 난 젊은 여인을 죽이고 시체도 물고 갔다.

놈은 왜 자기가 잡아 놓은 소녀의 시체를 뜯어먹으려고 나타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갔을까.

가르토는 그 식인표범과의 초전에서 자기가 완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식인표범은 소녀의 시체가 있는 곳에 보마가 설치되고 거기에 자기를 잡으려는 사냥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가르토는 자기가 잡으려는 식인표범이 예사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표범이 습격한 개척마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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