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살아있다]

한국족보박물관을 찾는 많은 이들은 전국 최대의 족보 출판사인 회상사를 떠올린다.

족보 하면 `대전`을 떠올리게 된 것은 대전지역 출판사인 회상사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회상사와 같은 족보전문 출판사가 대전에 터를 잡을 수 있게 된 역사·문화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한국족보박물관이 대전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다.

전북 전주가 고소설을 많이 발행했다면 대전 회덕, 충남 공주, 충북 옥천 등지에서는 족보 간행을 많이 했다. 물론 경북 안동·경주, 전북 순창 등 전국적으로 족보 간행이 많았으나 충청지역의 족보 간행지가 많이 보이고 있다. 또 화재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특별한 방식으로 족보를 보관한 사례가 충청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충남 보령군 청소면에는 광산김씨 문중에서 족보를 보관하기 위해 함을 판 상석(床石)이 있고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고봉정사에는 능성구씨 문중이 족보 판각을 영구히 보관하기 위해 1640년에 화강암을 깎아 만든 `능성구씨 보갑`(충북 민속자료 제11호)이 있다.

대전 계족산 자락에는 고성이씨 문중이 족보를 보관하기 위해 만든 바위굴이 있으며 충남 논산시 노성면 호암리에는 고령김씨 송암공파의 족보가 새겨진 김임 선생의 신도비(충남문화재자료 제363호)가 전하고 있다. 또 충남 홍성군 구항면 지정리 산에는 1853년 연산서씨 문중이 오석에 새긴 족보, 즉 석보(石譜·충남문화재자료 제1354호)를 숨겨 보관하던 바위가 있다.

이처럼 충청지역은 다양한 족보 문화와 족보를 보관하던 유적이 많아 한국 족보문화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옛부터 호남은 음식치레 영남은 집치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충청도는 묘치레를 한다는 말이 있다. 묘치레라는 것이 조상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면, 조상을 섬기고 기록하는 족보문화가 충청지역에서 발달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숭조(崇祖)사상이 무너져가는 현대 사회에 효 전승 교육을 위한 효 테마 공원인 뿌리공원이 전국 최초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충청지역은 한국인의 족보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 온 지역이다. 한국의 족보문화 전승을 위해 뿌리공원 내에 족보 전문 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충분한 역사적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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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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