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 동구 부구청장
박용재 동구 부구청장
아주 가끔 집에 혼자 있을 때 마땅한 반찬이 없으면 나물, 김치,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 몇 방울 넣고 쓱쓱 밥과 비비면 실패할 리 없는 맛있는 비빔밥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음식재료를 섞더라도 여백의 미는 챙겨야 나름의 성과를 얻기 마련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듯이 아무리 좋은 재료와 갖은 양념이라도 무조건 많이 넣는 것은 금물이다. 적당히 들어간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기대했던 결과가 도출되는 법이다.

필자는 지난해 1월 동구 부구청장에 부임한 바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동구의 모습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그 자체다. 또한 대전의 맏형답게 탄탄한 기본기로 정평이 난 동구청 조직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주민만족도는 높이고 예산집행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한편, 직원 간 활기찬 웃음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빠르게 흘러간 시간만큼 어느새 동구의 진면목들이 필자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동구에는 정과 효, 인심, 전통, 역사, 추억, 음식 등은 물론이고 대청호, 식장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해 상호 존중과 관용의 태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 등 수많은 긍정의 요소들이 잘 차려진 비빔밥처럼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구를 다니다보면 어릴 적 향수와 동심이 여전히 가득한 골목길이 시선과 발걸음을 붙잡아 둔다. 겨우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수십 년간 한 곳을 지켜온 가게와 맛집 장인들의 환한 미소와 인사가 얼마나 정겨운지... 또, 전통시장은 어떠한가? "더 열심히 살아라!" 꾸짖듯 바쁘게 살아가는 상인들의 활기가 삶에 대한 자극과 응원이 되기도 한다. 좀 더 돌아보면 우암사적공원 등 조상의 숨결을 고이 간직한 문화유적들이 인근 고층아파트의 실루엣과도 제법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어깨동무를 선보인다. 여기에다 KTX고속철도가 통과하는 대전역과 대전복합터미널, 대전IC 등은 삶의 편리함을 더해준다. 이와 함께 많은 대학으로 젊은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명실상부한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 어떤 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동구는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매력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도 필자를 사로잡았던 것은 동구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종갓집 맏며느리와 같은 후덕함으로 상대방에게 전해주는 여유와 배려이다. 어떠한 편견이나 강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는 모습에 가슴 뭉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칭찬과 덕담, 그리고 진심어린 걱정과 격려에 담긴 진정성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이러한 정신적 자산들을 바탕으로 동구는 머지않아 모두가 선망하는 1등 행복도시로 웅비할 수 있음을 필자는 믿고 있다.

신청사 건립 등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극복과 조기 재정건전화를 위해 민선 5기부터 동구의 공직자들이 수당 등 각종 복리후생 축소에 선뜻 양보하고 주민들은 각종 행사 관련 예산도 반납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해왔다는 소식은 과거부터 익히 듣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전의 모태도시인 동구가 축적해온 저력과 함께 구성원들이 열심히 쌓아왔던 신뢰와 믿음의 사회적자본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했음이다. 마치 IMF외환위기에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쳤던 것처럼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낸 동구 주민과 공직자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내본다.

비움이 있어야 비로소 채움이 가능한 법이다. 사람을 최우선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포용이라는 여백의 미로 비워낸 공간 속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이 다양한 문화와 생활콘텐츠로 풍성하게 채워진 동구가 바로 대전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회이자 블루오션인 것이다. 이제 동구가 만들어내는 미래를 주목해보자. 그리고 덧붙여본다. "동구에서 미래를 채우세요!" 라고. 박용재 대전 동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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