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텔라가 논란이다. 한 방송 프로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왕 카스텔라의 진실을 파헤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골자는 카스텔라에 버터를 넣지 않고 식용유를 넣는다는 것. 그런데 원조 카스텔라의 레시피에 버터가 들어있지 않다면, 이 의혹은 정당한 의혹일까.

`카스텔라(castella)`는 밀가루와 설탕, 계란, 물엿 등을 넣고 만드는 촉촉한 케이크다. 스페인 `카스티야`의 과자 `비스코초(bizcocho)`에서 유래했다. 이 비스코초가 포르투갈로 전해졌고, 포르투갈 상인, 선교사에 의해 16세기 일본의 나가사키 항으로 전파되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카스텔라란 이름은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오븐 없이도 만들 수 있기에 대항해시대의 선원들이 애용했다. 16세기 일본에선 설탕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스텔라는 매우 비싼 귀족들의 음식이었다. 19세기 들어 국내 설탕제조가 가능해지면서 대중화되었고 나가사키 짬뽕과 함께 나가사키 현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우리나라엔 개화기 이후 일본에 의해 들어왔다. 고칼로리 음식이라 당시 일본의 결핵환자들에게 제공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가사키와 더불어 카스텔라로 유명한 곳이 한 곳 더 있으니 이는 중국의 귀주(貴州)다. 준의계단고(遵義鷄蛋?)라 하는 중국의 카스텔라는 일본의 그것과 달리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 일본식 카스텔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참기름을 사용한다는 것. 1902년, 선물로 일본에 들어가게 되면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고 지금까지도 중국 귀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일본의 카스텔라, 중국의 준의계단고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주재료는 계란, 밀가루, 설탕 이 세가지. 이번 `대왕 카스텔라 논란`의 핵심이 된 `버터`는 들어가있지 않다. 여타 빵과 달리 우유, 버터 등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제품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본, 중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발전한 것이다. 후에 버터를 넣게 된 것은 카스텔라의 풍미와 텍스쳐 유지를 위함이지, 카스텔라의 필수요소는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식용유 또한 마찬가지 작용을 하며, 버터보다 식용유가 카스텔라를 더 폭신하게 만들어 준다. 오히려 버터를 잘못 사용하면 느끼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탕된 버터가 굳어버려 먹는 도중 벽돌처럼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식용유를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버터를 사용한 카스텔라는 식용유보다 지방은 더 적지만, 당, 탄수화물이 현저히 더 많기 때문에, 칼로리는 전체적으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할 수 있겠다.

이번 방송의 제빵사가 한 말, "케이크를 만들면서 한 번도 기름을 넣어본 적이 없다" 이 제빵사는 집이든 업장이든, 폭신한 쉬폰케이크를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음이 확실하다. 카스텔라에 버터를 넣느냐, 식용유를 넣느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여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지, 특종을 터뜨려 자신들의 생업을 하루하루 이어가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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