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점포 난입으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점포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거나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총량제까지 시행하고 나섰지만 근본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천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천안 내 대규모점포는 백화점 2곳, 대형마트 10곳, 복합쇼핑몰 1곳 등 13곳으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계속 증가했다. 기업형 수퍼마켓(SSM)까지 포함하면 30곳을 넘는다. 대규모점포만 따졌을 때 비슷한 도시 규모인 충북 청주는 10곳, 전북 전주는 7곳에 비해 과잉 수준이다. 천안시 인구수가 64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포화에 다다랐다. 천안의 대규모점포 과밀화가 이어지는 동안 지역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수요-공급의 논리로만 바라볼 문제도 지났다. 우후죽순 생겨난 대규모점포들이 지역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본사가 소재한 서울과 수도권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다. 천안시의 대규모점포 매출은 2014년 7890억, 2015년 9921억 원으로 1000억 넘게 늘었다. 올핸 1조 원 가까이 달할 전망이라 한다. 불황으로 형편이 어렵다던 대형 할인점들의 장삿속임이 드러난 것이다. 허나 천문학적인 매출에 반해 소비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활성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도 거세다. 그럼에도 지역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천안 내 대규모점포의 환원실적은 19억 원으로, 매출 대비 0.02%에 불과하다.

참다 못한 천안시는 올해부터 대규모점포와 상생협약을 체결해 지역환원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환원 독려라는 게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님을 볼 때 이번에도 말뿐에 그칠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할인매장들의 달라지지 않는 태도가 문제다. 스스로가 형식적인 수준의 지역환원에 그치지 않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비근한 예로, 한 백화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충청지역의 6차 산업 판매 진열도 하나의 방법이다. 문화공연, 지역 특산물 판매 등 유·무형을 떠나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적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선순환적 시장구조에 동참해 말로만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사드 등에 따른 매출감소를 아쉬워하며 모면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가장 로컬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천안이 대형유통업체의 배만 불리는 `빨대효과`라는 오명으로 그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김대욱 천안아산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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