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배달이 합법화된 이후 청소년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성인확인이 소홀한 배달앱이 블랙홀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야구장 `맥주보이`를 규제하려 했으나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맥주보이`를 규제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청소년들이 쉽게 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성인들의 야구장 문화를 즐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손톱 밑 가시`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섰다. 국세청은 `맥주보이`를 합법화 하면서 치킨 집 맥주 배달과 와인 택배도 허용했다. 슈퍼마켓도 매장에서 주류를 직접 구매한 때에는 배달을 할 수 있게됐다. 주류는 대면거래만 할 수 있어 매장을 찾아 구입해 직접 가져오는 게 원칙이었지만 대폭 완화된 것이다.

청소년들의 술 접근을 주류 배달이 쉽게 할 것이란 우려는 사실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중·고생 35.0%가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직접 구입한 청소년 중 29.6%가 `배달음식 주문 시` 함께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 경험 청소년 3명 중 1명은 배달음식 주문 시 술을 구입한 셈이다. 허술한 주류 구매 과정이 청소년 음주를 부추기고 있는 반증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배달 앱이 활성화되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클릭만 하면 주문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배달시킬 경우 청소년인지 확인이 어렵고 단속도 불가능 하다. 부모 휴대전화나 위조된 신분증을 활용하면 속수무책이다. 음식점과 배달전문업체의 분업화로 책임소재도 불분명 하다. 가정에서 마음 놓고 술 마실 수 있게 돼 청소년들을 보호할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탄식이 괜한 말이 아니다. 선진국이 청소년 음주 예방을 위해 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주류 광고까지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는 역주행이다.

주류 배달이 국민 편의를 위해 허용 됐지만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폭행·절도 등 범죄로 이어질수 있어 대책이 급하다. 급한대로 결제할 때 성인 명의의 신용카드사용 의무화 등은 시행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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