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주유소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가운데 셀프주유소의 비중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저렴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인건비라도 줄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전에서 휘발유를 가장 싸게 파는 4곳은 모두 셀프주유소였다. 반면 가장 높은 가격 4곳은 일반주유소였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의 주유소는 257개로 이 가운데 셀프주유소는 96개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대전지역 주유소는 지난 2014년 285개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257개로 28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셀프주유소는 76개에서 96개로 20개 증가했다.

셀프주유소가 늘어나는 것은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기준 대전의 휘발유가격은 1ℓ당 평균가격은 1510.63원이다. 가장 저렴한 곳은 유성구 A 셀프주유소로 1435원, 가장 비싼 곳은 서구의 B 일반주유소로 1958원이다. 이 두 주유소는 1ℓ당 523원의 차이가 나 60ℓ의 휘발유를 주유할 경우 가격차만 3만 1380원이나 된다.

셀프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월을 점하는 것은 결국 인건비의 절감이다. 휘발유 가격의 85%는 세금과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차지하기 때문에 나머지 15%를 조정해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결국 경쟁이 치열해진 업계에서 줄일 것이라고는 인건비뿐이다.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평균 한 달 월급이 120만-15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면 인건비만 매달 300만-500만 원가량 줄일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주유소 간 거리제한을 철폐하면서부터 생겨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인근 경쟁업체가 가격을 ℓ당 몇 원만 인하해도 따라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스마트폰 앱의 발달로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의 가격을 쉽게 검색할 수 있어 판매가격이 ℓ당 몇 원만 차이 나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 휘발유 판매가격의 상당수는 세금과 카드수수료, 공급가격이 차지하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다. 비탄력적인 가격구조에서 마진을 내기 위해서는 인건비라도 줄여야 한다"며 "인근의 주유소에서 가격을 몇 원만 내려도 찾는 고객의 수가 달라진다. 인근에서 가장 싸다고 소문이 난 곳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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