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거취가 주목된다. 실질적인 국정관리 최고책임자로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에만 충실하면서 흐트러진 국정을 바로잡고 공정한 대선관리를 할 지,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직접 나설 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됐든 그것은 황 권한대행의 의지에 달렸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그의 침묵이 계속되면서 정국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이 그를 고민스럽게 하는지는 모르되 탄핵 이후 혼란과 무질서를 조기에 수습하고 기본적인 국정의 틀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이 문제로 미적대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론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상황은 간단치만은 않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지위를 상실한데다 마땅한 대선주자 감을 찾지 못하는 보수진영으로서는 구심점이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로 국정경험도 풍부한 황 권한대행은 적임자 가운데 하나다. 출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1위를 차지하는 그의 위상은 출마 압력을 마냥 피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그의 연배를 감안했을 때 이번 대선에 출마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대선의 자산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야권이 앞다퉈 황 권한대행 불출마를 촉구하는 이면에는 그가 가진 경쟁력을 저어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결정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불신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2인자인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책임에서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일 공고 시한이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언급한 대로 국정안정에만 매진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지속되는 혼란을 수습해 국민통합을 이끌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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