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구심점을 잃은 보수 정당들이 조락세를 타고 있다.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였던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한솥밥을 먹다가 분가한 바른정당 역시 한동안 탄핵 사태의 후폭풍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말한다. 두 정당은 이를테면 동복형제에 비유된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갈라서긴 했지만 국민들은 큰 변별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두 정당이 기댈 곳은 보수진영에 기반해 중도·무당층 공략 여부에 달려있다. 오래된 법칙 같은 것이고, 물론 부동층을 겨냥하기는 야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탄핵 후 민심이다.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내기까지 한국당에 비해 바른정당 공(功)이 조금 커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여론을 유의미하게 움직이는 동인으로 작용하는 데 한계를 노정시켰다면 난감한 일이다. 헌재의 탄핵인용 선고 당일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한국당은 날개 없는 추락 상황에 직면했고 바른정당은 탄핵 이전에 비해 지지율이 되레 빠져버렸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에게 추월당해 4, 5위로 미끄러질 정도로 국민들 눈밖에 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본다. 이런 변고가 닥쳤음에도 두 정당 안팎에선 흔한 비장미 같은 게 감지되지 않는다. 승복, 통합 정도의 수사적 메시지를 낸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여전히 보수 정파를 자임할 정당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면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정치·도의적 매듭을 짓는 절차로 이행하는 게 옳은 수순이었다고 본다. 과(過) 부분에 대해선 그 과를 고해할 일이며 최소한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면 선명한 정파의지를 천명하는 통과의례가 필요했는데 이를 생략하지 않았나 싶다.

탄핵의 수렁에서 탈출한 입장이거나 현실을 감내하는 입장이거나 헌재 결론이 났으면 정치적 자성론이 수반돼야 한다. 바른정당 대표 한명 사퇴한 것 말고는 탄핵 전과 후에 당 지도체제든 뭐든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은 성찰적 풍경이라 할 수 없다. 앉아서 감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가혹하게 부서진 뒤 재건하지 않고선 5월 대선에 대한 기대감도 막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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