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른 범고래가 또 다른 상대를 공격했으며 두 마리의 상어들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떨어졌다. 그들도 역시 이렇다 할 반격을 못했다.

범고래들과 상어들의 대결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끝났다.

범고래란 놈들은 무서운 살육자들이었다.

아놀드 박사는 그후에 범고래가 흰곰과 싸우는 것도 봤다.

장소는 알래스카의 북극바다였다. 해빙기가 되어 바다에는 큰 얼음들이 둥둥 떠 있었고 어느 얼음판에 흰곰이 한 마리 서 있었다.

흰곰은 북극땅의 왕이었다. 놈들은 해빙기에는 얼음판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들을 사냥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를 사냥하고 있는 상어들까지도 잡아먹었다. 얼음판에서 숨어 있다가 가까이 지나가는 상어에게 덤벼들어 잡아먹었다.

그때도 그 흰곰은 가까이 지나가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 또는 상어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때의 상대는 그들이 아니라 범고래였다. 흰곰은 범고래를 발견하고도 면적이 20평이나되는 넓은 얼음판 위에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북극의 왕인 자기를 노리는 자가 있을지 몰랐던 것 같았다.

흰곰은 바닷물에 사는 범고래가 얼음판 위로 올라와 자기를 죽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범고래가 얼음판 위에 올라오면 도리어 자기의 먹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흰곰은 범고래라는 놈이 고기가 아니라 자기와 같은 짐승이라는 것을 몰랐다.

범고래가 흰곰을 덮쳤다. 범고래가 무서운 속도로 헤엄쳐오다가 얼음판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속도로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면서 당황하고 있는 흰곰과 부딪쳐 흰곰을 껴안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싸움은 얼음판 위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바닷물 속에서 벌어졌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는 뻔했다. 북극의 왕 흰곰도 순식간에 범고래의 아가리에 물려 치명상도 입었다. 흰곰은 아무런 반격을 못했다.

목덜미를 물린 흰곰은 동맥이 끊어져 바닷물이 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러자 범고래는 피에 물들어 붉은 곰이 된 흰곰을 물고 다시 얼음판 위로 올라갔다. 범고래는 흰곰을 물속에서 죽이고 먹기는 얼음판 위에서 먹었다.

범고래는 잔인한 살육자이면서도 영리한 살육자였다.

놈은 또한 대식가였다. 그 큰 흰곰이 놈에게는 불과 한 끼의 먹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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