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문화의 한 단면이 우리 동네 공중화장실이다. 인근공원이나 시장, 천변에 있는 공중화장실이 이제는 제법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해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를 때, 외국인 방문객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용하기 편리한 공중화장실을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개통된 당진-영덕 고속도로를 가보면, 도로와 터널을 만드는 토목기술의 발전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점은 휴게소에 들렸을 때 화장실의 구조나 환기 등 환경여건이 무척 쾌적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 시골집에 가보면 제일 불편한 것이 화장실이었다. 뒷간이라 해 소나 돼지우리 옆에 가마니로 문을 메어 달고, 가축을 모는 막대기를 들고 이용해야 할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이었다. 절에 가면 해우소(解憂所)라 해 근심 을 푸는 곳이라 하지만 냄새 때문에 이용하기가 편치 못했다. 하지만 화장실의 구조가 제거식에서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냄새가 해결돼 부속건물에 있던 화장실이 본 건물의 내부로 들어오게 됐다. 이후 1980년대에는 아파트 단지가 등장하면서 변기는 좌식변기에서 양변기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환기, 보온 등 어려운 점을 극복하고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계절이 뚜렷해 온도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벌판에다 공중화장실을 짓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울에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틀어막고 덮어 놓으면 환기가 잘 안 되고, 여름에 환기시키려고 열어놓으면 온갖 잡 벌레가 주변을 휩쓸고 다녀 방충과 방범이 안 된다. 거기다 안전과 보안을 강화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행히 요즘은 열전구과 CC-TV, 비상벨 등이 저렴하게 대량 공급돼 이를 이용해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공중화장실 개선을 시작한 도시로는 `경기도 수원시`를 꼽는다. 외양이 다양한 모습과 철저한 관리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나, 주변 여건을 완벽하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도시인 카와카와(Kawakawa)에 들어 가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중화장실을 가진 도시`라는 커다란 팻말이 붙어있다. 호기심에 가득한 여행객들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작은 장소로 몰린다. 1999년에 준공한 이 화장실은 뮌헨올림픽 포스터를 디자인해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훈터바이쓰(Hundertwasser)가 설계한 작품으로 뉴질랜드 전역에서 골고루 수집한 빈병과 파벽돌을 모아 만든 특이한 모습이다. 그러나 대전도 이에 못지않은 좋은 디자인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대전천과 갑천, 유등천변과 신탄진시장 등에 세워져 있기에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유병우 (주)씨엔유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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