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머리 앞으로 기울이고 콧망울 눌러 지혈

흔히 `코피`라 일컫는 비출혈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코 질환 중 하나이다. 비출혈은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멈추기도 하지만 때로는 출혈량이 많아 응급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은 국소적인 원인으로 코를 후비는 습관, 코뼈 골절 등의 외상, 양쪽 콧구멍 사이에 위치한 비중격의 구조적 이상, 염증, 종양 등이 있으며 드물게는 전신적인 원인으로 혈액응고장애, 고혈압, 동맥경화 및 유전성 모세혈관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대다수의 비출혈은 비중격의 앞쪽에 위치한 키셀바흐(Kiesselbach) 모세혈관총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의사는 우선적으로 이곳에 출혈이 있는지 여부를 관찰해 진단하게 된다. 그리고 환자의 병력 청취를 통해 외상, 염증 등 유발인자와 간질환 등 혈액응고장애, 고혈압, 동맥경화 동반 여부 및 출혈을 유발할 수 있는 아스피린이나 항혈소판제 등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한다. 코막힘을 동반하거나 지속적으로 잦은 비출혈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에 방문해 비강 내에 종양성 병변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관섬유종, 화농성육아종 등 혈관 조직이 풍부한 종양이 존재하는 경우 비출혈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출혈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응급처치를 먼저 시도해본다. 우선 머리를 앞으로 기울여 피가 목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피를 삼키는 것을 부모가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며, 누워 있을 경우에도 머리를 옆으로 돌려 피를 뱉어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는 이유는 목 뒤로 넘어가는 피가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 다음 코의 앞쪽, 즉 부드러운 콧망울 부분을 손가락으로 15분 정도 강하게 누른다. 비출혈의 경우 출혈과다로 인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도록 한다. 환자가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혈압이 상승해 지혈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취한 후에도 비출혈이 지혈되지 않을 때에는 지체하지 말고 주위 이비인후과나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환자의 비출혈의 정도와 양상에 따라 소작법, 비강패킹, 동맥결찰술 등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 소작법은 출혈의 원인부위를 확인한 후 혈관 병변을 전기 소작기로 태워 응고시키는 것으로, 소작 후에는 바셀린이나 연고를 발라 비출혈의 재발을 방지한다. 출혈부위 확인이 어렵거나 출혈량이 많아 소작이 용이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강패킹을 시행하게 되는데 패킹은 출혈 부위를 압박할 수 있는 지혈대를 비강 안으로 삽입해 출혈부위를 눌러 지혈하는 방법으로 출혈 정도에 따라 1-3일 후 패킹을 제거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지혈이 되지 않으면 비강 내 혈관 공급을 담당하는 동맥을 묶는 동맥결찰술을 시행하거나 팔이나 다리의 동맥을 통해 혈관조영술을 시행해 출혈 원인 동맥을 확인하고 동맥을 막는 색전술(embolization)을 시행한다.

비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소아의 경우 많은 경우 손가락에 의한 국소적인 외상이 원인이 되므로 콧구멍을 후비지 않도록 교육하는 한편 알레르기 비염 등의 동반 여부를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밖에 갑작스러운 온도의 변화나 건조한 환경에 의한 비점막 건조로 코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운 날 외출 시에는 두터운 방한복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가습기를 이용해 충분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한편 필요 시 점막 자극이 없는 안연고 혹은 바셀린 연고를 콧속에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고령의 환자, 고혈압 및 동맥경화를 동반하거나 항혈소판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이러한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