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탄핵심판`이 임박하다. 오직, 오늘로써 혼미가 일거에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다. 시민의 한사람으로 고대한다. 오늘을 기점으로 이 나라의 국격이 바로 세워지기를!, 정의가 아직 살아 있음을, 민주주의가 이긴다는 명백한 진리를 재 확인하는 하루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자는 다짐과 분노로 긴긴 겨울을 참고 견뎌냈다. 처음 최순실 사태가 터져 나왔을 때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배신감과 울분을 토해냈다. 최순실 사태의 100일은 고문이었다.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분야 모두 비비 꼬였다. 거기다가 가짜뉴스와 진짜뉴스, 촛불과 태극기, 심지어 성조기와 이스라엘기가 등장해 `국기 쇼`가 펼쳐지며 국론은 두 동강이 났다. 갈등과 분노, 분열와 대립의 담장이 쳐졌다. 정의와 민주주의 거리 저편에선 국격은 침몰했다. 표창원의 예술 쇼와 표창원부부의 현수막 누드쇼는 여성 폄하의 2차, 3차 피해를 일으켰다. 정유라 특혜와 권력 유착, 부정 부패에 취준생과 청년들은 분했다. 돈과 권력도 실력이라는 이 실상에 절망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의 비호감이 뻗쳤다. 협치와 연대, 공동체와 이웃사촌이라는 미덕은 하찮은 덕목으로 보일 지경이 됐다. 세계가 지켜 보는 `동물원 대한한국`라는 자괴감이 쇼 윈도에 갇혀 있다. 최순실의 전횡이 낱낱이 드러나고, 삼성의 부조리, 비선의료진료나 위급했던 순간의 올림머리는 `그것이 뭘 말해 주는지`, 민망하고 거북했다. 진실 하나가 떠오를 때마다 아찔한 쓰나미였다. 국민을 철(哲) 없는 빈혈과 우울증 병동으로 만든 쓰라린 시간이 부디 오늘로써 종료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박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인권을 침해한 거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베푼 특혜는 다른 학생들의 배움의 기회를 빼앗은 인권침해나 다름 없다. 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자유와 인권탄압이다. 수천 억대에 달하는 최순실 일가의 축재는 정직하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보통사람들에게 기회의 보장을 빼앗는 평등권 침해에 다름없다. 부패는 인권의 배반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이런 일들이 선의와 무지 때문이라는 대통령 측의 해명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선의와 무지로 엄청난 국정농단이 일어났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중하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키친 캐비닛`이라는 이야기는 오랜 한 집 살림이었다는 독백이었다. 임기말 재산축적 시나리오는 악의 연대기인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퇴직금 아닌가. 박대통령이 포함된 최씨 일가의 아흔아홉 섬의 부자가 한 섬 더 가지려다가 덜미가 잡힌 추악한 사건이다. 재산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찬 정경유착의 결정체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방어권을 아무리 톺아봐도 헌재의 아량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후가 문제다. 인용이 되어도 마찬가지지만, 기각이 된다면 국가 좌초가 초래될 지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든 헌재 결정 이후 한동안 갈등은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정국을 타고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이 불 보듯 하다. 허나 갈등은 완벽하지 않은 사회를 말하는 것이므로, 거시적으로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다. 갈등은 소통과 공론의 장에서 치유해야 한다. 당장에는 불난 집을 수습해야 하는 현안도 즐비하다. 곧 닥쳐질 한미 FTA 재협상, 중국과 외교갈등, 대북문제, 한일 외교 등 산적한 국가 현안이 차고 넘친다. 이 나라도 리셋해야 한다. 그건 낡은 것들과의 결별에서 가능하다. 패거리 정치 추태를 도려내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지방분권형 개헌, 재벌개혁, 불평등과 불공정 해소에 나서야 한다. 허나 벌써 걱정인 것은 적폐청산도 하기 전에 적폐에 짓눌릴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지방에서마저 야당 유력 후보 줄서기는 물론 코드인사와 편가르기가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 충청이 안희정, 문재인 파벌화로 말미암은 승자의 민심 분열이 벌써 아른거린다. 그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지역, 당파, 계층, 남녀를 초월해야 한다. 연대하고 혁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더더욱 시민의 힘으로 일군 광장 민주주의의 환희가 하이재킹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으로 돌변해선 안될 일이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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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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