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인권을 침해한 거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베푼 특혜는 다른 학생들의 배움의 기회를 빼앗은 인권침해나 다름 없다. 예술인 블랙리스트는 자유와 인권탄압이다. 수천 억대에 달하는 최순실 일가의 축재는 정직하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보통사람들에게 기회의 보장을 빼앗는 평등권 침해에 다름없다. 부패는 인권의 배반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이런 일들이 선의와 무지 때문이라는 대통령 측의 해명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선의와 무지로 엄청난 국정농단이 일어났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중하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키친 캐비닛`이라는 이야기는 오랜 한 집 살림이었다는 독백이었다. 임기말 재산축적 시나리오는 악의 연대기인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퇴직금 아닌가. 박대통령이 포함된 최씨 일가의 아흔아홉 섬의 부자가 한 섬 더 가지려다가 덜미가 잡힌 추악한 사건이다. 재산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찬 정경유착의 결정체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방어권을 아무리 톺아봐도 헌재의 아량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후가 문제다. 인용이 되어도 마찬가지지만, 기각이 된다면 국가 좌초가 초래될 지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든 헌재 결정 이후 한동안 갈등은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정국을 타고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이 불 보듯 하다. 허나 갈등은 완벽하지 않은 사회를 말하는 것이므로, 거시적으로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다. 갈등은 소통과 공론의 장에서 치유해야 한다. 당장에는 불난 집을 수습해야 하는 현안도 즐비하다. 곧 닥쳐질 한미 FTA 재협상, 중국과 외교갈등, 대북문제, 한일 외교 등 산적한 국가 현안이 차고 넘친다. 이 나라도 리셋해야 한다. 그건 낡은 것들과의 결별에서 가능하다. 패거리 정치 추태를 도려내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지방분권형 개헌, 재벌개혁, 불평등과 불공정 해소에 나서야 한다. 허나 벌써 걱정인 것은 적폐청산도 하기 전에 적폐에 짓눌릴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지방에서마저 야당 유력 후보 줄서기는 물론 코드인사와 편가르기가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 충청이 안희정, 문재인 파벌화로 말미암은 승자의 민심 분열이 벌써 아른거린다. 그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지역, 당파, 계층, 남녀를 초월해야 한다. 연대하고 혁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더더욱 시민의 힘으로 일군 광장 민주주의의 환희가 하이재킹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으로 돌변해선 안될 일이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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