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 머물며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렸고,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극도로 말을 아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 탄핵심판 전 박 대통령의 전격 하야 가능성이 흘러나왔지만 청와대는 적극 부인했다.

당초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발신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의 메시지나 특별한 일정은 없다"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잘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91일째 관저에서 칩거해온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느냐, 아니면 현직에 복귀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청와대 참모진들도 이날 오전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탄핵심판 선고 이후의 정국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탄핵 인용이나 기각 또는 각하 등 여러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책을 숙고했음직하다.

박 대통령은 탄핵이 기각될 경우 별도의 입장 발표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 및 탄핵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잇달아 열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현안을 챙기고, 사드배치와 중국의 경제보복 등 대응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특별한 메시지 없이 서울 삼성동 사저로 복귀해 검찰수사에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지는 만큼 `자연인` 신분으로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으며 `법적투쟁`에 대비할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는 침묵 속에서도 내심 탄핵 기각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한 관계자는 "헌재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바 없고, 소추 사유도 이유가 없다. 헌재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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