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노래 몇 곡은 레퍼토리로 가지고 있어야 여러모로 수월하다. 학창시절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행사나 회식자리가 있을 때 돌아가며 노래 한마디씩 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그 자리에서 출중한 노래실력을 뽐내고 나면 다음날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물론 그 문화가 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나를 포함해서 다수다.

흔히 노래방에 가면 사람들은 부를 노래의 번호를 누르며 순서를 기다린다. 이윽고 본인이 선곡한 노래가 나오면 전주부분 마이크를 잡고 일어선다. 바로 이때가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흘러나오는 반주를 듣고 내가 부르려고 하는 키(조)가 맞는지 확인 후 키를 조절한다. 저음가수의 노래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키를 높이고, 고음가수의 노래를 선택한 사람들은 부르기 편하도록 키를 낮춘다. 그리고 몇 마디를 불러보고 어색하다 싶으면 위, 아래로 조절하고 노래를 이어 부른다. 흔히 일어나는 노래방의 광경이지만 이 속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음악적 사실이 숨어 있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바로 우리가 키가 `높다, 낮다`라고 말하는 조를 본격적으로 보급시키고 발전시킨 음악가이다. 그의 위대한 음악성을 잘 보여주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수학적 규칙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교한 음악적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리듬 그리고 선율과 함께 음악의 3요소라 말하는 화성(和聲)은 높낮이가 서로 다른 여러 음이 동시에 흐르고 일정한 법칙으로 화음이 연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키를 조절하던 그 사람들은 간주가 나오는 순간 조 옮김을 한 것이다. 무슨 조의 노래인지 알고 조절했을까? 화음의 일정한 법칙이나 흐름을 알고 했을까?

이쯤 되면 국제음악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수상 소식이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민족은 음악적 천재성을 유전적으로 타고 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학적 규칙성을 가지고 음악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노래방에서 키 조절 좀 했다고 금방 음악의 성인으로 등극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도 본능적으로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도 재구성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은미 대전시립교향악단 기획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