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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사이 고뇌를 말하다

2017-03-09기사 편집 2017-03-09 11: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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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있다

첨부사진1기록너머에 사람이있다
최근 검사의 무소불위 권력과 야욕을 담은 한 영화의 흥행 때문일까. '검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권력, 강압수사, 부패와 비리 등 정의로운 법조인의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들의 모습일까.

검사,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죄와 눈물이 넘친다. 그곳에는 법으로도 다스려지지 않는 흉악하고 비인간적인 죄들이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이었을 때나 통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하나에 적어도 하나의 인생이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법정에 섰던 검사가 있다. 바로 최근까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신임 검사들을 가르치던 안종오 부장검사다. 16년차 부장검사가 바라보는 법과 정의는 어떤 모습일까.

검사가 만나는 사건 속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처절한 인생도 들어 있다. 죄를 짓고 악마가 됐지만 그를 다시 인간적인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것도 법과 형벌이 해야 할 일이다. 절차와 갈등으로 인해 참회할 기회조차 잃게 된 사건에 대해서도 안 검사는 짙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이 책은 박진감 넘치는 검사 생활에 대한 장황한 '썰'도 아니며,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각색한 글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 검사로 살아온 한 인간의 인생이야기에 가깝다.

저자는 '어쩌다 검사'가 된 케이스다. 검사가 되기까지 몇 번의 시험, 몇 번의 좌절, 몇 년의 기다림을 견뎌냈다고 한다. 그를 진정한 검사로 만든 것은 16년 동안 만난 사건과 그 안의 사람이었다. 세상의 온갖 인생들을 마주해야 하는 검사라는 직업. 매일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생들을 만난다는 것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실제로 검사실에서 평범하고 잔잔한 삶과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한 번 망가지고 두 번 꺾이고 흘러 흘러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되는 사람들. 그들을 마주하는 게 검사의 의무라면, 처절하고 잔인하고 극단의 상황에 직면하고도 눈감거나 고개를 돌려서도 안 되는 것이 검사들의 숙명이다. 그에게 사건 기록을 대한다는 것은 곧 그 안에 얽혀 있는 인생을 들여다본다는 것, 그리고 그 인생의 주인들과 마주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법과 정의에 대해 논하자는 게 아니다. 신임 검사들을 가르치기 위해 쓴 글도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이 검사로서 겪은 사건들과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사랑, 학창시절 겪었던 웃지 못할 일들, 아버지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등을 맛깔나게 버무려놓았다. 거기에 베테랑 수사관들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져 재미적 요소를 입혔다.

하지만 검사로서 그가 만난 인생 군상들이 하도 드라마틱해, 사건 에피소드는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강은선 기자



안종오 지음/ 다산지식하우스/ 308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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