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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수동성, 폭정·독재의 밤

2017-03-09기사 편집 2017-03-09 09: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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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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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과 독재는 국민의 '기억 상실'을 먹고 자란다."

이 책의 저자 월러 뉴웰 교수의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폭정과 독재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해온 정치 행위의 일부다.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수의 국가에서 과거와 같은 폭압과 학살이 일어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의 전부는 아니다.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폭정의 범주에 속한다.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고 교묘한 방식으로 대중을 호도하면서 참된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제반 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폭정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교묘한 억압과 폭력을 자행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우둔하고 이기적이며 반동적인 원로원 정치로부터 로마를 구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찬양과 존경을 받았으며, 음흉한 야심을 감춘 선동가이자 공화국 로마를 말살시켰다고 여긴 사람들로부터는 증오와 멸시를 받았다.

뉴웰 교수는 바로 이 부분에서 '폭군(폭정)의 역설'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폭정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이른바 대의를 위한 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난 상처로 봐야 하는지의 문제다. 이 미묘한 경계가 역설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돼온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중적 어젠다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국민의 능동적인 의식을 요구하는 정치 체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우리에게도 뼈아픈 경험이 있다. 4.19 혁명이 불러일으킨 기대감은 5.16 쿠데타로 무너졌으며, 10.26 사태는 독재정치의 종말이 아니라 12.12 쿠데타로 생명을 이어간 또 다른 폭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그리고 현재까지.

뉴웰 교수는 "이른바 민주화 운동을 통해 독재자를 끌어내린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꼬집으면서, 대중이 폭정에 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렇게 또 훗날 '기억 상실'이라는 병 때문에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리라고 경고한다. 더 무서운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 선출한 국민의 대표가 이전보다 더 악독하고 교묘한 폭군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일 것이다.

이호창 기자



웰러 뉴웰 지음/ 우진하 옮김/ 예문아카이브/ 544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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